창원시의원 외유성 연수 논란
45명 중 39명이 이달 중 출장
경남 창원시의회 의원들이 단체로 유럽 출장을 떠나기로 한 가운데 일정에 유명 관광지가 빠지지 않고 포함돼 있어 해외여행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창원시의회 등에 따르면 전체 의원 45명 중 4개 상임위원회(기획행정·경제복지여성·문화환경도시·건설해양농림) 소속 39명은 이달부터 차례로 공무 국외연수에 나선다고 연합뉴스가 24일 보도했다.
"독일 6차산업 성공 사례 보겠다"…하이델베르크 고성·쾰른대성당 방문
프라하성 야경 [이미지출처=픽사베이]
건설해양농림위 10명은 이날부터 오는 31일까지 6박 8일로 총예산 4000만원을 지원받아 독일·네덜란드를 방문한다.
독일 6차 산업의 성공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지역 농민 생산자 조합과 농민시장 등을 찾아가겠다는 계획도 있지만, 관광지로 유명한 하이델베르크 고성과 쾰른 대성당, 네덜란드 담 광장 등을 방문하는 일정도 포함됐다.
이 상임위는 이런 일정을 소화하면서 문화유산 보존·관리실태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소관 업무와는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경제·복지 전문성 강화"…프라하성·벨베데레 궁전
쇤브룬 궁전 [이미지출처=픽사베이]
경제복지여성위는 오는 27일부터 4월 4일까지 7박 9일로 4000만원을 지원받아 독일·체코·오스트리아를 방문한다.
경제·복지 분야 전문성 강화가 목적이라지만, 관련 방문지를 꼽자면 드레스덴 시청·의회, 프라운호퍼 IKTS 연구소 등 7곳가량에 불과하다.
프라하성, 체스키크룸로프성, 망토다리, 볼프강 호수, 호헨잘츠부르크성, 미라벨 궁전·정원, 쇤브룬 궁전. 벨베데레 궁전 등 관광지 방문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같은 기간 헝가리·오스트리아·체코를 방문할 기획행정위원회 의원 9명의 연수도 외유성에 가깝다.
헝가리 재난방재청, 비엔나 시의회, 체코 소방청, 프라하 국립기술도서관 등 4곳 정도가 그나마 업무 연관성이 있고 나머지는 다수의 관광지(부다페스트 영웅광장, 겔레르트 언덕, 비엔나 쇤부른 궁전, 미라벨정원, 프라하성, 바츨라프 광장 등)가 포함됐다.
기획행정위 의원들의 동유럽 출장에 드는 예산은 3560만원 상당이다.
4월 3일부터 11일까지 7박 9일로 예산 3860만원 상당을 지원받아 체코와 오스트리아를 찾을 문화환경도시위 10명의 일정도 프라하성 등 관광지가 빠지지 않는다.
이번 유럽 출장에는 의원들뿐만 아니라 상임위별로 시의회 공무원 5명 안팎씩도 동행한다.
창원시의회 관계자는 "재작년과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국외 연수를) 못 가서 올해는 다른 해보다 예산이 많이 책정됐다"며 "의원 1인당 400만원의 예산이 책정됐고, 초과분에 한해서는 의원들이 자부담한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아직도 외유성 일정 잡는게 신기할 정도"
창원시의회 본회의장 전경 [사진제공=창원시의회]
업무 소관이 다른 4개 상임위원회가 유럽 일색으로 출장을 떠나는 데다 관광지 방문이 빠지지 않고 포함된 점 등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외유성 연수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조정림 마산YMCA 정책기획국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십몇년 전부터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데, 아직도 외유성 일정을 잡는 게 신기할 정도다. 결국 세금으로 쓰이는 건데 시민 입장에서는 분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창원시의원은 "국민들이 의원들의 국외 연수를 외유성으로 대체로 인식하고 있는데, 심사과정에서 그런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의원들이 처신에 각별히 신경을 쓸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