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시민운동 현장에서 동고동락, 누구나 환대했던 삶
지역사회 ‘시민의 목사’로서, 삶 곁의 민주주의 위해 노력 ‘재미없는 의미는 오래 못가’ 평생 ‘재밌게 일하는 법’ 궁리
고양시민의 삶 곁에서 재밌고 따듯한 민주주의의를 추구했던 유재덕 목사님이 영원한 평화의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셨습니다. 시민사회의 큰 별이었던 목사님은 함께 했던 수많은 이웃의 마음에 잔잔한 빛을 안기고 가셨습니다. 그 빛은 경쾌하고 재밌고 따듯해서, 영원한 이별의 순간에도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아무리 의미있는 일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오래 가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무슨 일이든 재밌게 궁리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목사님은 ‘영원한 소년’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목사님은 1983년 효자동 신도제일교회 목사로 부임해 이후 40년을 한결같이 ‘시민의 목사’로 일했습니다. 87년 대통령 선거 때는 고양군공정선거감시단 고문으로 활동하며 고양시 시민운동을 태동시켰고, 88년 고양의 첫 시민운동 단체인 고양군민주실천주민회(현재 고양시민회) 초대 회장을 맡아 시민사회의 물고를 트게 됩니다.
이후 고양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 고양YMCA 이사장 · 금정굴사건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 · 고양의제21 상임대표로 일하며, 서삼릉되살리기운동 · 안곡습지보존운동 · 러브호텔반대운동 · 금정굴희생자인권회복운동 등을 이끌었습니다. 여든 넘어서는 평화통일운동을 이끄는 고양포럼 대표, 독립운동가 이가순 추모사업회 회장을 맡아 생의 끝까지 시민운동의 현장을 지켰습니다. 또 세계적인 구호단체로 성장한 한국월드비전 설립에 참여했고, 국제와이즈맨 중부지역총재를 맡는 등 구호와 봉사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유재덕 목사님은 1983년 신도제일교회 목사로 부임한 이후 80대까지 40년을 한결같이 시민운동의 현장에 있었다.
시민운동만큼 걷기를 즐겼던 목사님은 고양시걷기연맹을 만들어 크고 작은 걷기대회를 진행했고, 고양시가 누구나 부러워하는 걷기도시가 되기를 소망했습니다. 늘 걸었던 목사님의 마지막 걷기는 고향인 원주 치악산 둘레길 140㎞. 올 여름, 6박7일 원 없이 걷고 떠나셨습니다. 병원 한번 가신 적 없이 건강하셨던 목사님은 지난 8월 24일 새벽, 급성 장출혈로 갑작스럽게 떠나셨습니다.(향년 83세) 동국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시민사회 동료 후배들과 기독교계 인사들이 줄을 이어 찾았습니다.
하나님이 부르시면 언제라도 기꺼이 갈 수 있도록 늘 준비해 놓겠다고 말씀하셨기에 그의 떠남은 갑작스러웠지만, 평화로웠습니다. 생전에 목사님이 베풀어 주셨던 ‘재미’에 익숙해졌던 이웃의 슬픔이 크지만, 목사님이 가르쳐준 ‘재밌는 민주주의’를 품고 그가 걸었던 길을 뚜벅뚜벅 가야겠습니다. 벌써부터 목사님의 환대가 그립습니다. 길거리의 어린아이부터 지역사회 이웃, 퇴임한 동료 목사들까지 늘 최선을 다해 챙기며 환대했던 삶, 그 환대가 얼마나 큰 버팀목이었지 모릅니다.
길거리의 어린아이부터 지역사회 이웃, 퇴임한 동료 목사들까지 늘 최선을 다해 챙기며 환대했던 삶, 그 환대가 얼마나 큰 버팀목이었지 모릅니다. 고양신문 이사님들과 함께 한 유재덕 목사님.
매년 새해에는 빳빳한 천원 지폐를 두툼하게 넣고 다니시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세뱃돈으로 주셨던 일이 이제 흐뭇한 추억으로 남게 됐습니다. 그의 세뱃돈에는 ‘부족하더라도 재밌게 같이 잘 살 수 있는 길을 찾아가는 길이 민주주의의 길’이라는 지혜가 담겨있던 것 같습니다. 목사님의 재미엔 꼭 의미도 붙어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됩니다. 발행인 이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