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은 “임기 내 조직의 거버넌스(지배구조)에 청년과 여성의 비율을 높이는 작업을 해나가려 한다”며 “제대로 된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사진=신석현
한국YMCA전국연맹(한국YMCA) 김경민(60) 사무총장을 지난 27일 만났을 때 그의 재킷 왼쪽 가슴에 달린 한반도 모양의 작은 배지가 눈에 들어왔다. 남북 정상이 2018년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맺은 ‘4·27 판문점 선언’ 기념행사에 다녀오는 길이라 했다. 이날 서울 마포구 한국YMCA 사무실 근처에서 만난 김 사무총장은 같은 날 새벽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서 올라올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홍콩 사무실의 제주도 이전이 최근 결정된 아태본부(아시아태평양YMCA연맹) 건립을 준비하느라 하루가 멀다고 다녀오고 있어요. 일본 중국 호주 등 24개국 1688개 도시를 잇는 단체 본부가 한국에 있다는 상징성은 큽니다. 앞으로 한국은 미주 유럽 중심을 넘어 아시아 멤버십을 구축할 필요성이 더 커질 것입니다.”
그는 식민의 아픔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도 스스로 자주권을 회복하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한국만큼 시민이 주인이 된 아시아, 즉 ‘시빌(civil) 아시아’를 이룰 나라는 없다고 본다. 2018년 사무총장을 맡은 뒤 최근 연임된 그는 그렇게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로 눈을 열고 있었다.
YMCA와의 인연은 고교 시절부터였다. 당시 그의 부친은 대구YMCA에서 일본어 강사로 일했고, 그는 같은 건물에 있던 수학 학원에 다녔다. 81년 연세대 진학 후에는 기독학생회(SCA)와 대학YMCA에서 활동하며 연을 이어갔다. 시민운동과 청소년에 관심이 컸던 그는 90년 대구YMCA 간사로 첫발을 뗀 후 지금까지 30년 넘게 활동했다. 기억에 남는 일화를 물었다.
“91년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부터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까지 모든 과정이 처절한 사투였죠. 지금은 마을공동체나 담장 허물기 사업, 위기 청소년 사업 등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가 YMCA에 몸담으며 잘한 일을 꼽는다면 두 가지다. 허물어질 뻔한 최초의 대구YMCA 건물을 지켜낸 것,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정리해고될 뻔한 YMCA 위탁기관 직원들을 품은 일이다. 이는 YMCA의 건립 이념과도 맞닿아 있다.
“초창기 한국YMCA는 기독교 선교, 사회개혁과 민족독립 실현을 위한 결사체 그 자체였습니다. 다양한 문제를 사회 구성원들과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했던 ‘세상 밖 교회’였던 셈이죠.”
이는 그가 국내 이념 갈등부터 기후 변화, 한반도 평화 같은 거시적 문제의 해결법은 시민이란 풀뿌리 힘을 바탕으로 상대의 입장을 존중하며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이뤄가는 것에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는 차기 정부와의 관계나 2018년부터 추진해 온 세계YMCA 평양연락사무소 설치 등의 숙제를 안고 있다.
“YMCA는 좌우 날개로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고 비판, 견제하면서도 상대의 장점은 수용하는 등 균형감 있게 모든 일을 추진하려 합니다. 기독교적 신앙고백이 사회가 돌아가는 운영원리가 되도록 일조하는 것, 그것이 YMCA의 사명입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43338&code=23111114&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