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람 기자
569개 단체들로 구성된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 감축 철회 촉구 공동행동과 242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30일 서울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서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 감축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여성단체들과 시민 7200여명이 여성가족부의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 삭감을 ‘성평등 퇴보’로 규정하며 예산안 폐기를 촉구했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569개 여성·시민단체로 구성된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 감축 철회 촉구 공동행동’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폭력 재발 방지와 폭력에 대한 전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예산이 모조리 사라진 것”이라며 “이러한 행보는 종국에는 우리 사회의 성평등을 퇴보시키는 길이 된다”고 했다. 공동선언에는 공동행동 소속 단체들과 그 외 시민단체 242곳, 개인 시민 7254명이 서명했다.
여가부는 2024년도 예산안에서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 142억원을 삭감했다. 일반예산과 양성평등기금예산 삭감액 431억원의 33%다. 삭감된 예산은 성매매 피해자 구조지원과 성폭력 피해자 의료비 지원, 가정폭력 피해자 치료회복프로그램·의료비,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운영, 폭력피해 여성 주거지원, 피해자 지원 상담소 운영예산, 여성폭력 예방교육 및 인식개선·홍보 예산 등이었다.
이들은 “여가부는 지원 실적 반영, 입소율 저조, 의료비 집행률 반영 및 부정수급 발생에 따른 사업 효율화를 말했는데, 이는 정부가 피해자의 치유와 회복보다는 실적과 효율성에만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지금 정부가 해야 할 것은 실적에 급급한 예산 감축이 아닌, 실질적 피해자 치유·회복을 위한 예산 확보와 예산의 효과성을 도모할 수 있는 제도 정비”라고 했다.
569개 단체들로 구성된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 감축 철회 촉구 공동행동과 242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30일 서울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서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 감축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가정폭력상담소와 디지털성범죄 지역특화상담소 등 전문 상담소를 대폭 줄이고 이를 통합한 ‘통합상담소’를 소폭 늘린다는 정부 계획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실질적으로 지원 예산이 늘지 않는 통합지원체계 구축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미영 안양YMCA 가정폭력상담소장은 “종사자 인원 감축과 지원예산 삭감은 피해자 지원 공백으로 이어지고, 일상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통합서비스 전환은 말뿐인 선언으로 결코 실현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은주 대전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 ‘다힘’ 디지털성범죄상담팀장은 “디지털성폭력은 성폭력 피해자 지원체계와 동일한 체계를 갖기 때문에 기존 성폭력상담소에서 디지털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며 “이를 가정폭력 기반 통합상담소로 재편하는 것은 디지털 성폭력에 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억지스러운 행정적 조치”라고 했다.
이들은 “성평등을 퇴보시키고 피해자를 제대로 지원할 수 없는 예산안에 반대한다”며 “2024년 여가부 예산안 전면 백지화를 요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