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건일 YMCA이웃분쟁조정센터장. /YMCA 제공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이웃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도 '골든 타임'이 있습니다
주건일 YMCA이웃분쟁조정센터장은 "오랜 시간 갈등이 누적되면 풀기 어려워진다"며 "이웃과 얼굴을 붉힐 때 직접 찾아가 항의하지 말고, 관리사무소나 갈등 중재 기관, 주민 조정가 등 제3자를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 보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주 센터장은 YMCA이웃분쟁조정센터가 설립된 2011년부터 전국을 다니며 다양한 원인으로 생긴 이웃 갈등을 중재해온 해당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다. 그는 서울시이웃분쟁조정센터, 광주마을분쟁해결센터, 평택시이웃분쟁조정센터 등에서 정책을 자문하거나 조정위원으로 참여해 당사자들의 갈등을 조정하고 있다.
그는 이웃 갈등 해결의 실마리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서울 은평구 한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중재 사례를 들려줬다. 이 공동주택에선 YMCA의 도움을 받아 '주민자율조정기구'가 운영되고, 주민 조정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해당 분야 베테랑 주건일 센터장
해결 실마리 '대화' 중요성 강조
지자체 '사회적 문제' 역할 역설
주 센터장은 "공동주택에 사는 한 주민이 윗집의 층간소음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주민 조정가들이 마을 공동체 조성 일환으로 텃밭을 가꾸고 분양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윗집과 아랫집 주민이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윗집 주민이 먼저 "아이 3명이 있어 많이 시끄럽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의 말을 건네자, 아랫집 주민은 그제야 윗집의 사정을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그전까지는 상담 과정에서 공동주택 생활이 지옥 같다고 했던 아랫집 주민은 윗집과의 만남 이후 내게 천국 같다고 이야기했다"면서 "이게 바로 주민 공동체의 힘"이라고 덧붙였다. 주 센터장은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이웃 갈등은 개인 간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며 지방자치단체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지자체는 공동주택에 주민들이 참여하는 자율조정기구 설립을 독려하고, 주민 조정가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며 "평택시 등 일부 지자체가 이러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 나아가 지자체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웃 분쟁 관련 조례를 만들고, 전담 기관을 설립하는 등 민·관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 센터장은 2004년부터 6년간 서울YMCA 시민운동본부 산하 '시민중계실'에서 간사를 맡으며 시민들의 고충을 상담하다 층간소음, 누수, 흡연 등 이웃 갈등 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한다. 주 센터장은 "이웃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나 주민센터 등에 작게나마 YMCA에서 '시민 조정실'이란 중재 기구를 두고 운영했다"며 "현재는 시민의 협력 아래 서울 등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이웃분쟁조정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인천을 비롯한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 과정을 참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금보다 더 복잡하고, 많은 갈등이 있을 것"이라며 "시민들께서 우리 아이에게 갈등 없는 사회를 물려줘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이웃과 공존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