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다양성 보장 지역정당 창당 필요 선거법 개정 아울러 정당법도 손봐야
신출내기 기자 때 신선한 이야기를 들은 적 있었다. 2001년 11월 마산YMCA에서 일본 가나가와 네트워크 초청 행사가 열렸다. 가나가와 네트는 1980년 주민들이 청원한 합성세제 추방 조례 제정이 의회에서 무산된 사건을 계기로 여성들이 앞장서 만든 시민단체이자 지역정당이다.
이들은 안전, 환경, 복지같이 주민 삶과 관련된 모든 것이 정치와 관계돼 있고, 이런 과제들을 해결하려면 정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직접 정치에 뛰어들었다. '생활자 정치운동'을 내세우며 선거에 후보도 냈다. 그 성과는 1999년 통일지방선거에서 42명 의회 진출로 나타났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나라에선 지역정당을 만들 수 없다. 창당하려면 정당법에 따라 중앙당을 수도 서울에 둬야 하고(3조), 5개 시·도당을 만들어야 하며(17조), 시·도당마다 당원 1000명을 확보(18조)해야 한다. 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하면 정당 등록을 할 수 없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목이 똑같은 '우리 동네 엄마당은 왜 안돼?' 칼럼에서 서울당, 전국당만 허용한 정당법 문제점을 지적했었다.
'정당 설립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도 있었지만 헌법재판소는 2006년에 이어 2022년 기각했다. 우리나라 등록 정당은 47개다. 당원 수를 모두 더하면 1042만여 명, 전체 인구의 20%다. 심각한 건 거대 양당 당원이 86%를 차지할 정도로 독점 체제라는 점이다.
지역 없는 정당 체제, 중앙에 예속된 정치구조에서 지역정치와 민주주의는 뿌리내리기 어렵다. 중앙은 기초의원부터 자치단체장까지 줄세우기, 지역은 해바라기를 한다. 그래서 지역정당을 만들 수 있게 정당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자치분권 핵심 의제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갈수록 독점 체제는 강고해지고, 거대 양당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다.
"양당 독점 체제 속에서 생활정치는 실현될 수 없다." 이용희 직접행동영등포당 대표가 지난해 11월 진주 강연회에서 한 말이다.
지난해 지역정당 이름표를 달고 기초의원에 출마하려다 막혔던 그는 주민이 직접 참여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역정당이 필요하다며 헌법소원도 냈다.
일본뿐만 아니라 선진국들은 우리나라처럼 정당 설립에 과도한 제한을 하지 않는다. 양당제 미국을 봐도 주별로 다양한 지역정당이 있고, 영국은 군소정당에 지방선거 참여를 열어뒀다. 독일에선 지구당만으로 창당할 수 있고, 전국정당과 연계해 연방선거에도 참여한다.
국회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이다. 선거법 개정과 함께 지역정당 봉쇄하는 정당법도 같이 손봐야 한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시대다. 거대 양당 독점구조가 아니라 다양한 계층과 집단을 대변하는 정치조직이 있어야 한다. 특히 지역문제를 지역민이 해결하는 정치도 필요하다.
/표세호 자치행정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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