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애 기자
[짬] 아시아태평양YMCA연맹 남부원-한국YMCA전국연맹 김경민 사무총장
아시아태평양YMCA연맹 남부원 사무총장이 지난 6월 제주 한라산 기슭에 위치한 다락원 캠프장 터에서 열린 아태연맹 본부 이전 착공 감사예배와 착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한국YMCA전국연맹 제공 “와이엠시에이(YMCA)는 전세계 120여개 나라에 3천만명의 회원을 둔 최대 규모의 민간시민단체입니다. 그 중 아시아태평양와이엠시에이연맹(APAY·아페이)은 한국을 비롯한 이 지역 24개 나라 1688개 도시의 와이엠시에이(기독교청년회)가 모인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평화운동 네트워크입니다.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평화와 민주주의 신념을 실천해왔습니다. 1950년 출범 초기부터 홍콩에 자리했던 연맹 사무국이 70여년 만에 한국으로 옵니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서 ‘아시아태평양YMCA연맹’을 검색해보면 뜻밖의 주소가 뜬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1100로 2754’(2022년 10월 예정). 이 역사적인 이전을 이끌어낸 주역은 아시아태평양와이엠시에이연맹 남부원(64) 사무총장과 한국YMCA전국연맹 김경민(60) 사무총장이다. “애초 연맹 사무국을 홍콩에 둔 것은 영국령으로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 환경과 언론자유가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중국 귀속 이후 점차 여건이 나빠졌습니다. 따라서 제주 이전 결정은. 한국이 아태지역에서 가장 평화롭고 자유로운 나라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은 셈입니다. 기독교 청년운동사만이 아니라 시민운동사 차원에서도 상징적인 의미가 깊습니다.” 오는 11월 사무국 이전을 앞두고 가장 분주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 두 사무총장을 1일 각각 전화로 만났다. 한국YMCA전국연맹 김경민 사무총장이 지난 6월 아태연맹 본부 건물로 재탄생할 다락원 캠프장 터를 둘러보고 있다. 한국YMCA전국연맹 제공 아태와이연맹 사무국 1950년 홍콩에 2020년 중국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 국제엔지오 본부 이전 움직임 본격화 2021년 9월 연맹 ‘제주도 이전’ 결정 “아태 1688개 와이 모여 세계 최대” ‘평화의 섬’ 제주 국제도시 부상 기대 지난 6월 제주 다락원 캠프장 터에서 열린 아태연맹 사무국 착공식에서 국내외 YMCA 지도자들이 첫삽을 뜨고 있다. 한국YMCA전국연맹 제공 홍콩에서 제주 다락원 캠프장 터로 이전해 오는 11월 개관 예정인 아태연맹 사무국 건물 조감도. 한국YMCA전국연맹 제공 “아페이 사무국의 이전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19년, 중국-홍콩 간 범죄자인도협약의 체결 움직임을 계기로, 홍콩에서 1국2체제의 원칙에 따라 완전한 자치권을 요구하는 젊은이들의 시위가 광범위하게 일어났을 때부터였어요. 그러자 2020년 6월 중국 당국은 국가보안법을 제정해 탄압을 제도화했고, 홍콩에 본부를 둔 국제엔지오(NGO)들은 특히 시민 사회의 자유로운 옹호주창운동(에드보커시)이 위축될 것에 대해 우려하게 됐죠. 아페이 실행이사회에서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가보안법의 영향에 대한 ‘위험도 평가’를 했어요. 그런 과정을 거쳐 2021년 9월 아페이 이사회는 투표를 통해 본부 사무국을 홍콩 밖으로 이전하기로 최종 결정했죠.” 이 결정이 나오기까지 논의를 주도한 것은 바로 남 사무총장이었다. 1973년 고 이수민 목사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번째로 2015년 아페이 사무총장으로 부임해 2020년 연임됐다. “홍콩에 있는 두개의 와이와 중국의 10개 와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사무국 이전 사유에 ‘국가보안법’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코비드 상황에서 뉴노멀에 적응하고 또 유럽, 라틴아메리카 등 여타 지역의 사례에 따라 복수의 사무국을 두기로 한다고 발표하는 등 ‘우회적 표현’을 해야 했어요.” 남 사무총장은 현재 홍콩과 한국을 오가며 사무국 이전 작업을 총괄지휘하고 있다. “지난 1월31일 최종 후보지로 태국의 치앙마이와이와 한국와이연맹 2곳이 경합하게 됐어요. 본부에서는 이전국가에 대해 11가지 상세한 정보를 요청했는데, 한국은 민주주의 지수 4위, 언론자유 지수 2위 국가로 인정받았어요. 마침내 지난 4월 본부 실행위원회에서 ‘제주 이전’이 결정됐죠.” 지난해 9월부터 ‘아태와이연맹 제주유치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신청에 착수한 김경민 한국와이연맹 사무총장은 ‘제주도의 강점’을 강조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제주는 아태 각국에서 30일간 무비자로 올 수 있다는 점, 유네스코 문화유산이자 평화의 섬이라는 점, 때마침 제주공항에서 20분 거리인 한라산 중턱에 와이의 다락원 캠프장이 비어 있어 사무국 건물을 새로 짓지 않아도 된다는 게 ‘신의 한 수’였어요. 전국연맹 이사회에서 본부 건물과 터의 영구 무상 제공과 더불어 외국인 8명을 비롯한 사무국 직원 10명의 자녀 교육비 지원 등을 결의해줬어요.” 고교 시절 대구에서부터 와이와 인연을 맺어 30년 넘게 활동해온 그는 2018년 연맹 사무총장을 맡아 4년 임기를 마치고 재선임되어 지난 6월 제주도 다락원 현장에서 열린 아페이 사무국 착공 감사예배와 착공식을 진행했다. “아태연맹 본부만해도 1년이면 10여 차례 회의와 행사를 열어 연인원 5천명 이상이 참가해요. 더불어 세계와이연맹에서도 각종 국제 규모 행사를 제주에서 열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어요. 홍콩에 남아 있는 다른 국제엔지오들도 제주를 이전 후보지로 고려하게 될 수 있고요.” 이런 연유로 제주도 차원에서도 ‘세계 평화의섬 제주와 와이엠시에이의 평화 운동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실제로 아페이 사무국의 제주 유치는 또 다른 국제기구·협의체들의 유치를 위한 인프라 확충을 통해 스위스 제네바와 같은 국제도시로 성장해 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 사무총장은 “아페이 사무국이 제주에서 본격 가동되면 2018년부터 추진해 온 세계와이의 평양연락사무소 설치 같은 한반도 평화 캠페인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