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원 기자
개최 후보지 부산에 가보니
북항 친수공원 일대 재개발 한창
“청년 양질 일자리” 기대효과 최다
“이 동네 30년 살면서 처음으로 여기 산책을 와보네. 예전엔 을씨년스러웠지, 뭐.” 지난 10일 오후, 부산 북항 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전면 개방된 친수공원을 산책하던 시민 김일성(79)씨가 말했다.
부산역으로부터 도보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 예정 부지 일부다. 친수공원이 위치한 재개발 1단계 구역은 지난 4월 국제박람회기구(BIE) 현지 실사단 방문에 맞춰 92만㎡ 공간이 전면 개방됐다. 내년 상반기에는 아쿠아 시설, 상업 시설 등을 갖춘 지상 7층 규모의 마리나 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친수공원은 개방 6개월 만에 시민들이 즐겨찾는 문화 공간이 됐다. 40여 년째 부산역 인근 초량동에 거주 중인 윤미정(68) 씨는 “북항 주변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아니었는데 공원 개방 이후로는 오후가 되면 산책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씨는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이 되면 침체됐던 동네에 더욱 활기가 생길 것 같다”며 엑스포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실제로 초량동을 비롯한 북항 인근 원도심은 현재 노후 주거지가 밀집한 곳으로 엑스포 개최 시 홍보 효과를 입을 대표적 상권으로 꼽히고 있다.
2030 엑스포 개최지 최종 선정을 40여일 앞두고 헤럴드경제가 찾은 부산 일대는 엑스포 유치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썩였다. 엑스포와 연계된 북항 일대 재개발이 한창인 가운데 시민들은 도시 재생을 위해 엑스포 개최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5층에 위치한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 전망대에 올라서자 개발이 한창인 북항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부산 바다를 바라보고 국제여객터미널 오른쪽 편인 재개발 2단계 구역은 엑스포 개최에 대비한 박람회장, 교통·지원시설 등이 조성될 계획이다. BPEX 관계자는 “아무나 다가갈 수 없던 공간이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일대에서 만난 시민들에게서는 엑스포를 계기로 침체된 도심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이 엿보였다.
이날 연제구 부산시청 앞 녹음광장에선 시민 300여 명이 모여 엑스포 개최를 염원하는 선포식을 진행했다. 부산엑스포 범시민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는 한아라(43)씨는 자녀 둘의 학부모로서 ‘일자리’를 가장 큰 기대효과로 꼽았다. 한씨는 “부산에 질 좋은 일자리가 없으니 지금으로선 자녀들이 성인이 되면 서울로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월세부터 모든 것이 부담”이라고 털어놨다.
청년들도 엑스포 개최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독교 청년운동 단체 부산YMCA 오문범 사무총장은 “부산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 대다수는 부산에서 일하길 희망하지만 정작 일자리가 없어 떠나곤 해, YMCA 소속 청년들도 엑스포 유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이에 YMCA가 가지고 있는 국제적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봉사단을 통한 해외 홍보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부산상공회의소가 실시한 부산 지역 MZ 세대 인식 조사 결과, 부산 청년 구직자 200명 중 77.5%는 ‘부산에서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재율 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 시민위원장은 “부산 엑스포 홍보를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침체된 부산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고령화에 청년 이탈마저 심해 부산 시민이 매년 2만 명씩 줄어들고 있어 도시 활성화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수도권에 모든 인프라가 집중돼 경쟁이 심화하며 저출산, 고령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엑스포를 계기로 부산을 제2 거점도시로 육성한다면 전국적으로도 그 효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개최지 선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형준 부산시장 등 부산엑스포 관계자들은 지난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공식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부산엑스포 심포지엄은 BIE가 후보국에 허락하는 공식 행사로, 179개 회원국에 부산 엑스포를 홍보하는 자리다.
한 총리는 이날 외신 기자회견에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민관이 지구 400바퀴에 맞먹는 거리를 이동하며 최선을 다했다”며 “단순한 행사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후 30년 정도 각 나라가 협력을 통해 국제적 의제를 함께 해결해 가는, 협력과 연대의 시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2030년 엑스포 개최도시는 오는 11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173차 BIE 총회에서 5차 프레젠테이션(PT) 직후 179개 회원국 비밀투표로 결정된다. 현재 한국(부산),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 이탈리아(로마) 3개국이 경쟁하고 있다. 부산=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