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주 기자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김현재 수습기자] “수행평가 없애는 법 좀 만들어 주세요.”
제 21대 대통령을 뽑는 본 투표일, 한 길거리에 투표소가 차려졌다.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이 자신의 투표권을 미리 행사해 보는 ‘모의 투표소’다. 하지만 모의투표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고민은 실제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 못지않았다. 학생들은 사교육을 줄여달라는 현실적인 고민부터 ‘안전한 나라,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성숙한 바람을 드러냈다.

3일 경기 수원시 영통동 구름광장에 설치된 모의투표소에서 청소년들이 모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현재 수습기자)
“기표소 내 사진 안돼요”…실제보다 진지한 모의투표소
한국 YMCA 전국연맹은 3일 전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 모의투표운동’을 진행했다. 전국 YMCA 본부 약 40곳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모의투표는 단순한 선거 체험이 아니라, 청소년이 스스로 정치와 민주주의를 배우고 실천하는 참여 민주주의 교육을 위해 마련됐다.
이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실제 경기 수원시 영통동 구름광장에 만들어진 모의 투표소는 실제 투표소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선거관리위원’ 명찰을 찬 청소년 봉사자들은 기표소를 능숙하게 만들기 시작했고 투표 시작 시각인 오후 1시엔 유권자들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청소년증이나 학생증 등으로 신원을 증명한 학생들은 기표용지를 받아 기표소로 들어갔다. 선관위원들은 “무효표가 되지 않게 꼭 한 명의 후보에게만 도장을 찍어달라. 기표소 내에서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고 재차 공지했다. 자원봉사에 나선 현유민(14)양은 “이번 행사에 선거관리인으로 참여하면서 책임감을 느꼈다”며 “정치와 선거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투표가 시작된자 인근 학원가 청소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생소하게 이를 바라보던 이들도 투표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30명 가량의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수원 YMCA 관계자는 “이번 모의투표를 통해 청소년들이 민주주의 현장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과 체험을 할 수 있길 바란다”며 “아직 교육현장에서 민주주의 교육이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교육감 선거만이라도 16세부터 투표권이 있는 사회가 되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했다.

모의투표를 위해 마련된 투표용지 (사진=김현재 수습
모의투표를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고 나온 학생들의 바람은 소박했지만 뜻은 깊었다. 첫 투표자였던 이모(12)양은 “아침에 엄마가 투표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투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며 “국민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대통령이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모(14)양은 “수행평가를 없애는 법안이 시행됐으면 좋겠다”고 웃음을 보였고 조모(13)양은 “사람들 편 가르지 않는 착한 대통령이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많은 아이들이 안전한 나라, 평화로운 나라에 대한 소망을 드러냈다. 김모(10)양은 “사회를 자유롭고 평화롭게 만드는 대통령이 뽑혔으면 좋겠다”고 했고 김모(14)군은 “안전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대통령 때문에 불안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손모(14)군은 “학교에 낡거나 수리가 필요한 체육시설이 많은데 새로운 대통령이 이를 확충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엿보이는 학생들도 많았다. 임모(17)군은 “과도한 사교육 쏠림을 없애 줬으면 좋겠다”며 “공부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추구하는 교육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친구인 김모(17)군은 “극심한 좌우갈등이 해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투표를 옆에서 지켜본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민주주의를 배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모(42)씨는 “청소년 선거 체험 행사를 한다기에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며 “최근 선거 벽보를 보고 궁금해 하는 것이 많았는데 이번 행사로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이모(43)씨도 “이런 행사가 있으니 민주주의와 선거에 대해 조금 더 쉽게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