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철 전환사회시민행동 운영위원장
신규철 전환사회시민행동 운영위원장
인천투데이|지난달 30일 정부가 2023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첫 번째 예산안으로 총 639조원이다.
이번 예산안은 윤 정부의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소상공인 관련 예산은 채무조정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에 3000억원을 출자한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예산을 찾아볼 수 없다.
반면에 그동안 골목상권 활성화에 커다란 기여를 한 지역사랑상품권 관련 예산 6053억원 전액을 삭감했다. 지난해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있었다. 2021년 지원예산이 1조2522억원이었는데, 기획재정부가 2022년 예산을 2400억원으로 81% 대폭 삭감한 것이다.
이에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하는 등 반발이 극심했다. 결국 여야 합의로 다시 증액됐다. 그런데 올해는 정도가 더 심하다. 아예 ‘0’원으로 만들었다.
삭감 이유로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지방재정여건이 좋아지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중앙정부 지원없이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지역화폐 발행 여건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세와 법인세 등 내국세가 증가해 이 세수를 기반으로 하는 지방교부세(내국세의 19.24%)의 규모가 커졌으므로 지자체의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는 논리이다. 한국의 국세와 지방세 세수 비율은 8대 2로 불균형적이다.
그러나 재정지출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4대 6이다. 그러므로 지방정부는 항상 예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동안 지방재정학자들은 제대로 된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최소한 중앙과 지방정부의 세입이 6대 4 정도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 등 여러 가지 제도 개선을 했지만 중앙과 지방의 재정 비율은 여전히 7대 3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는 지역사랑상품권을 지역사업으로 규정한 대목이다.
김완섭 기재부 예산실장은 브리핑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은 효과가 특정 지역에 한정되는 온전한 지역사업”이라며 “코로나 이후 지역 상권과 소비가 살아나는 상황에서는 긴급한 저소득과 취약계층을 집중 지원하는 데 우선순위가 있다고 생각해 정부 예산안에 담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역사랑상품권과 유사한 온누리상품권은 100% 전액 국비 지원사업이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지원사업은 지역사업이 아니라 국가의 경제정책이다. 2018년 12월 20일에 정부는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전체 고용인구의 25%를 차지하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독립적인 정책 대상으로 설정했다.
대기업에 대한 R&D와 고용 장려 지원, 수출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 중소기업 보호와 육성 정책 등과 더불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정책은 국가 차원의 고용정책이며 경제 정책의 하나인 것이다.
이들이 붕괴되면 우리 사회는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함으로, 이들이 망하기 전에 지원하는 것이 국민경제에 훨씬 이득이 큰 것이다.
더군다나 지역사랑상품권은 거의 대부분의 대기업 본사가 서울에 있어 발생하는 지역경제의 빨대 효과를 지역소재 기업으로 소비를 유도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균형발전 또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인 것이다.
그러므로 기재부의 논리는 일방적이고 옹색하기 짝이 없다. 코로나로 지금 가장 취약한 계층은 소상공인들이다. 이제 집합금지가 조금 풀려서 장사 좀 해볼까 하는 마당에 이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희망을 꺽어서야 되겠는가.
인천시는 2021년에 인천e음 3조5804억원을 발행했고 캐시백 지원 예산으로 국비 1436억원, 시비 1988억원 총 3434억원이 투입됐다. 올해는 지난 달까지 2조7693억원 발행에 2305억원이 투입됐고 이중 국비는 843억원으로 27.7%에 이른다, 만일 이런 상황에서 국비 지원이 끊긴다면 인천시는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다.
이제 9월 2일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가면 국회의 시간이다. 해당 국회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천의 김교흥‧이성만 의원이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여야협치로 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9월 6일에는 인천평화복지연대, 인천ymca, 인천상인연합회, 인천시소상공인연합회 등이 예산 증액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어 현장의 분노가 고조되고 있다.
얼마 전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무제를 폐지하려다가 소상공인들의 거센 반발에 슬며시 꼬리를 내린 바 있다. 과연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이 축소되면 좋아할 세력들이 누구일까 다시 생각해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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