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9.42점, 조건부 아닌 첫 4년 재승인… 2017년·2020년 ‘3년 조건부’ 재승인 조건 11개→8개로 감소, 심의 법정제재 조건 강화
“689.42점을 획득했고 중점 심사사항에서 과락이 발생하지 않아 재승인 요건을 충족했다. 2020년과 비교해 심의 제재 건수가 감소하는 등 재승인 조건과 권고사항 이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진전이 있다고 판단되나, 시사 보도 공적책임·공정성에 대한 객관적 진단 시 투명성 제고를 위해 공정한 공모 절차를 거쳐 전문 외부 기관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 (2023년 TV조선 재승인 심사위원회 총평)
21일 오전 방통위는 ‘2023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결과’ 4년 재승인을 의결했다. 승인 유효기간은 2023년 4월22일부터 2027년 4월21일까지다. TV조선은 지난해 10월21일 ‘조선방송 재승인 신청서’를 방통위에 접수했다. 같은 해 12월19일부터 지난 1월18일까지 한 달 동안 방통위는 시청자 의견 청취를 실시했다.
▲ 21일 오전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 위원들이 과천 정부청사에서 ‘2023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결과’에 대해 논의한 뒤 4년 재승인을 의결했다. 사진=방통위.
▲21일 오전 한상혁 위원장이 과천 정부청사에서 회의 시작을 알리는 모습. 사진=방통위.
2020년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재승인 의결에 영향을 끼쳤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TV조선이 역대 최고점을 받으면서 재승인 심사에서 방통위가 어떤 조건을 부가할지 관심을 모았다.
앞서 2020년 4월20일 TV조선은 653점을 받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기준점인 650점을 받았지만, 주요 항목인 ‘공적 책임’ 항목에서 기준점인 50%에 미달하는 104.15점(210점 만점)을 받아서다. 주요 항목에서 과락하면 재승인이 취소되거나 조건부 재승인을 받게 된다.
정량평가만 점수 하락, 정성평가 상승 2020년 과락했던 ‘공적 책임’ 20점 상승
2023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결과 2020년보다 총점이 35점 상승했다. 2020년과 비교했을 때 6가지 항목 중 정량평가 위주인 방송평가 결과는 전에 비해 하락(343.34점→325.15점)했지만 다른 5개 항목에서 전보다 점수가 올랐다. 특히 총점 상승을 견인한 항목은 ‘방송의 공적 책임’(104.15점→123.40점), ‘방송프로그램의 공익성 확보 계획의 적절성’(103.90점→116.70점) ‘경영·재정·기술적 능력’(56.57점→69.87점) 등이다.
심사 항목은 크게 △방송평가위원회의 방송평가(400점)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210점)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제작 및 공익성 확보 계획의 적절성(190점) △경영·재정·기술적 능력(100점)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 계획의 이행 및 방송법령 등 준수 여부(100점) △기타 사업수행에 필요한 사항, 재난방송실시에 관한 사항(50점) 등 총 6가지다. 총 1050점 만점인데, 이를 1000점으로 환산한 뒤 650점 이상을 받아야 하고 각 항목에서 50% 이상의 점수를 획득해야 한다.
▲ TV조선 재승인 점수 항목별 비교(2020년과 2023년)
21일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추천 김현 위원은 “(방통위에서) 심사위원회 위원을 추천해달라고 했지만, 추천하지 않은 단체들이 많았다는 점을 이 자리에서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심사위원회는 심사위원장, 방송 3인, 법률 2인, 경영·회계 3인, 기술 1인, 시청자·소비자 3인 등 총 13인으로 꾸려졌다. 이민규 중앙대 교수가 심사위원장을, 김용희 동국대 연구교수, 홍문기 한세대 교수, 홍종윤 서울대 BK교수, 손형섭 경성대 교수, 이강혁 변호사, 노경호 대림대 교수, 민동원 단국대 교수, 심재용 회계사, 허남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강혜란 여성민우회 대표, 유성식 수원대 특임교수, 한상규 서울YMCA 시민사회운동본부장 등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2020년 당시 심사위원회도 13명으로 구성은 같았다. 윤석년 광주대 교수가 심사위원장을, 마정미 한남대 교수, 정미정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 민경한 변호사, 박지희 변호사, 노진백 삼일회계법인 이사, 이정헌 한국공인회계사회 기획본부장, 조연주 한국공인회계사회 연구본부장, 이상윤 남서울대 교수, 김은규 민언련 미디어위원회 위원장, 마동훈 고려대 교수,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등이다.
재승인 조건 11개→8개 줄었지만, 법정제재 조건 강화
방통위는 TV조선에 대해 재승인을 의결하면서 총 8개 조건과 9개 권고 사항을 부가했다. 2020년 재승인 당시 11개 조건이 부가됐는데, 3개가 줄었다. 재승인 조건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방통위는 방송법에 따라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시정명령을 받으면 재승인 심사 항목 중 ‘방송평가’ 항목에서 감점된다.
8개 재승인 조건 가운데 TV조선에 특별히 부가된 조건은 △윤리강령, 취재보도 준칙 등 내부 규정을 위반한 PD와 기자 등을 엄격히 징계하는 내부 규정을 확정해야 하는 조건 △방송심의 규정(공정성·대담토론프로그램 등·객관성·인권보호·윤리성·품위 유지 등) 및 선거방송심의 규정(전국단위 선거와 재보궐 선거 포함) 위반으로 인한 법정제재를 매년 5건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 등이다. 윤리강령 및 취재보도준칙 관련 조건은 가짜수산업자 금품수수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거주지 침입 논란에 따른 조치다.
통상 부가되는 △사업계획서를 성실히 이행할 것 △편성위원회 논의사항을 제출할 것 △협찬받은 프로그램에 대해 3회 이상 고지할 것 △사업계획서에 제시한 연도별 콘텐츠 투자금액 이상을 준수할 것 △최초 승인 주주구성 의혹과 관련 재승인 심사위원회에 제출한 확약서의 내용이 사실이 아닐 경우 재승인 처분을 취소할 수 있음 등 총 6가지다.
▲연도 별 TV조선 재승인 점수 결과. 사진=미디어오늘.
한상혁 위원장은 “법정제재 건수를 (연) 5개로 유지해야 한다. 그동안 전국 단위 선거 보도까지만 법정제재 건수를 포함했는데, 재보궐 선거도 포함한다. 중요한 변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각이 안 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TV조선 재승인 조건은 향후 다른 종합편성채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종편 관계자는 “일부 무의미하거나 과도했던 조건이 빠진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정치적으로 여야에서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의 법정제재 건수 조건이 더욱 강화된 형태로 조건에 남은 점 등 여전히 조건과 권고 조항이 경직돼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B종편 관계자는 “방통위의 재승인 조건 부여 이후, 방송사업자의 법정제재 건수가 확연하게 줄었고 방통위의 정책목표가 달성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그렇다면 다음 재승인 심사에는 이러한 방송사업자의 개선 노력과 결과가 반영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재승인·재허가 근본 문제 살펴야
방송사 재승인 재허가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3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결과 높은 점수를 견인한 것도, 2020년과 2017년 탈락 점수를 견인한 것도 ‘정성평가’였다. 어느 정부에서 심사위원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심사 결과에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시청권 침해, 정치적 파장 등을 고려해 탈락점수를 받아도 재승인 거부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권한은 있으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종편 재승인 심사의 대안으로 ‘등록제’를 화두로 제시한 적 있다.
▲과천 정부청사에 위치한 방통위. 디자인=이우림 기자.
C지상파 관계자는 “재승인 재허가 제도 자체를 없애는 게 좋을 것 같다. 재승인 제도를 통해 방송을 폐지할 수 있나.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MBN조차도 못했다. 관료들의 힘은 규제에서 나온다”며 “종편도 처음에는 이상한 방송이 많았지만, 어느 정도 안착했다고 생각한다. 10년 정도로 기간을 늘렸으면 한다. 3~4년 재승인 재허가 기간으로는 중장기 계획을 세울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공영방송 제도로 검토되는 협약제처럼 일정한 공적 기준을 부여하고 얼마나 이행했는지 판단하는 등 ‘점검’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심사가 재승인 여부를 다투는 과정이 되면 계속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송사를 압박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MBN사태에서 논란이 된 것처럼 승인이 취소되는 사유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승인 취소에 해당하는 행위는 명확히 규정하고 강력하게 패널티를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