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이태원참사 서울광장 분향소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15일 오후 서울도서관 앞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행정집행을 반대하는 159배를 하고 있다. ⓒ 이희훈
"159명의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절합니다. 1배." ... "다시는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절합니다. 158배." "유가족과 피해자와 함께 설 것을 다짐하며 절합니다. 159배." 159명 희생자를 기억하는 159번의 절. 서울시가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철거하겠다고 통보한 15일 오후, 유족들이 한데 모여 희생자를 위로하고 서울시민에게 호소하는 159배를 올렸다. 유족들은 흐르는 눈물을 훔쳐 가며 40여 분 동안 159번의 절을 이어갔다. 1배부터 159배까지 각각의 절에는 희생자 한 명, 한 명의 이름과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등을 염원하는 메시지가 담겼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6일에 이어 이날 두 번째로 행정대집행(강제철거)을 예고했다. 159배를 마친 유족들은 지난 행정대집행 예고 때처럼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참사를 대비하지도 막지도 못한 책임자 서울시가 어찌도 이리 피해자들을 잔혹하게 겁박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서울시가 이태원참사 서울광장 분향소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15일 오후 서울도서관 앞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행정집행을 반대하는 159배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 서울시가 이태원참사 서울광장 분향소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15일 오후 서울도서관 앞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행정집행을 반대하는 159배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 서울시가 이태원참사 서울광장 분향소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15일 오후 서울도서관 앞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행정집행을 반대하는 159배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유족을 대표해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이진우(고 이주영씨 오빠)씨와 고 송영주씨의 언니는 "더 이상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기억과 추모를 지우려 하지 말라"라며 "참사에 대한 책임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기억과 추모를 위한 분향소 운영에 적극 협조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시는 유가족협의회나 시민대책회의 측에 계고장도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언론에 전달했다고만 한다. 행정대집행 요건도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분향소를 철거하겠다며 협박에 가까운 예고를 하고 있다"며 "서울시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더 이상 사실을 왜곡하지 말라. 진정 서울시가 협의를 원한다면 사실 왜곡과 여론 호도를 즉각 중단하고 유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지적했다. 형제자매들의 호소문 "현 정권 몰상식에 굴복 않겠다"
▲ 서울시가 이태원참사 서울광장 분향소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15일 오후 서울도서관 앞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행정집행을 반대하는 159배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이날 기자회견엔 희생자 형제자매 10명이 공동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 자리는 서울시가 직접 분향소를 설치했던 자리이며 (정부가) 반강제적 애도의 날로 정하고 영정도 없는 분향소를 차렸던 그때 그 자리다. 대통령이 지시하면 맞고 유족이 말하면 틀린 것인지 오세훈 서울시장에 묻고 싶다"라며 "대통령 자리는 의견이 다른 사람을 맹목적으로 묵살하고 권력을 칼처럼 휘두르는 자리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반드시 명심하라"라고 비판했다. 이어 "험난하고 고단한 오늘 이 현장에 기꺼이 나온 국민들, 그리고 마음으로 저희와 함께 하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 전한다"라며 "여러분은 저희 유족들이 하루하루 숨이라도 쉬며 살아가게 해주는 인공호흡기 같은 존재다. 몸과 마음을 다해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더해 "현 정부는 우리 국민의 지성과 도덕성에 대항하지 못하고 육신과 감각만을 탄압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구속에도 우리 유족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라며 "진상규명을 외치다 입이 찢어지고 피를 토하는 한이 있더라도 현 정권의 불공정하고 몰상식한 행태에 굴복하지 않겠다. 미래의 국민들이 어디서도 죽지 않고 안전하게 살기를 염원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서울시가 이태원참사 서울광장 분향소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15일 오후 서울도서관 앞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행정집행을 반대하는 159배를 하고 있다. ⓒ 이희훈
▲ 서울시가 이태원참사 서울광장 분향소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15일 오후 서울도서관 앞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행정집행을 반대하는 159배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고 이지한씨 아버지)는 "지난해 10월 29일 그날 밤 우리는 이태원에서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고, 우리는 유가족이 되었다"라며 "오늘은 우리 아이들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유족들과 분향소를 지켜온 자원봉사자를 대표해 김미경씨는 "매일 정신적 충격으로 아파하는 유족에게 분향소는 마지막 끈이다. 그 마지막 끈을 지켜드리고 싶다"라며 "나에게, 우리에게도 어느 날 갑자기 생길 수 있는 이 비극 앞에서 작은 위로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정치 실종, 대통령으로 충분... 서울시장은 코드 맞추기 멈춰라"
▲ 서울시가 이태원참사 서울광장 분향소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15일 오후 서울도서관 앞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행정집행을 반대하는 159배를 하고 있다. ⓒ 이희훈
▲ 서울시가 이태원참사 서울광장 분향소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15일 오후 서울도서관 앞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행정집행을 반대하는 159배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서울시 공무원노조도 기자회견에 참석에 힘을 보탰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당내 이태원참사대책본부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참사 직후 흘린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 아니라면 유족과 부상자, 시민의 일상이 회복될 때까지 모든 행정력을 투입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라며 "참사 직후 급조한 서울시의 분향소가 아니라 유족이 원하는 곳에 제대로 된 추모공간을 조속히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당 박수빈 서울시의원도 "오 시장은 '약자와의 동행'을 이야기하면서도 유족을 위해 한 일이 없다. 이런 문제들 앞에서 오 시장은 기계적 행정이 아니라 따뜻한 행정을 해야 할 것"이라며 "서울시민 여러분, 이태원 참사는 비단 유족만의 일이 아니다. 그 새벽 우리 모두 TV를 보며 울었던 심정을 다시 떠올리고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정치의 실종을 보여주는 이는 윤석열 대통령만으로 충분하다. 지자체장(오 시장)이 '대통령 코드 맞추기'를 하느라 분향소를 세우는 것조차 방해하고 무시한다면 정치적 책임,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오 시장은 나서서 조정하라, 그게 최소한의 책무"라고 지적했다. 홍희진 진보당 공동대표도 "녹사평역 분향소엔 보수단체를 동원하더니 이제 서울시가 나서 철거를 말한다. 다음은 누구일까. 윤 대통령이 나서서 철거를 지시할까 그게 아주 걱정"이라며 "오 시장과 윤 대통령은 당장 이곳에 와서 유족 분들에게 사죄하고 안정적으로 추모와 애도의 공간, 기억의 공간을 만든다고 약속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 서울시가 이태원참사 서울광장 분향소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15일 오후 서울도서관 앞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행정집행을 반대하는 159배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 서울시가 이태원참사 서울광장 분향소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15일 오후 서울도서관 앞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행정집행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 이희훈
▲ 서울시가 이태원참사 서울광장 분향소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15일 오후 서울도서관 앞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행정집행을 반대하는 159배를 하고 있다. ⓒ 이희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 하주희 변호사는 "죽음이란 민감한 상황에 처한 유족들의 공간을 (행정대집행의 요건인) '대체적 작위의무(남이 대신할 수 있는 일)' 불이행이란 이름으로 철거할 경우 이는 행정청이 지닌 기본적 의무와 인간에 대한 예의를 망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민호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사무국장은 "오 시장은 10여 년 전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아이들과 싸웠다. 최근엔 장애인들과 싸우며 '약자와 동행하겠다'고 말한다"라며 "그러더니 또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죽은 이들과 싸우고 있다. 이러한 자가 서울시장이란 게 너무나도 부끄럽다"라고 말했다. 김경민 한국YMCA 사무총장은 "우리는 지금 엄청난 국가폭력 현장에 있다. 무고하게 가족을 잃은 희생자 유족들이 가혹한 국가폭력과 혐오발언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라며 "폭력적 수단을 통해 분향소를 없애버리겠다는 발상을 가진 사람이 법기술자적 상상력으로 서울시장을 맡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안타깝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시작 시간이자 서울시가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오후 1시 이후 아직 강제철거는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오후 3시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