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 캐리백'에서 오징어 냄새 같은 악취 난다"…여기서부터 논란 시작
연합뉴스 자료사진 스타벅스 코리아가 28일 고객 증정품인 '서머 캐리백'에서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고 공식 인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스타벅스가 지난 11일 서머 캐리백에서 폼알데하이드 성분이 검출됐다는 시험 성적서를 확인했음에도 이후 1주일간 더 제품 증정을 이어간 것이 드러나 '부적절 조치'를 둘러싼 비판도 나오고 있다. 스타벅스는 이날 고객 사과문을 통해 폼알데하이드 검출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2일 국가공인기관에 직접 검사를 의뢰한 결과 폼알데하이드 수치는 개봉 전 제품 외피에서 284mg/kg∼585mg/kg(평균 459mg/kg), 내피에서 29.8mg/kg∼724mg/kg(평균 244mg/kg)로 측정됐다. 개봉 후 2개월이 지나 휘발성 물질인 폼알데하이드가 어느 정도 사라진 제품의 경우에도 외피에서 106mg/kg∼559mg/kg(평균 271mg/kg), 내피에서 최대 23.3mg/kg(평균 22mg/kg)까지 검출됐다. 국가기술표준원 고시를 보면 가정용 섬유제품 안전기준은 폼알데하이드의 경우 팬티·잠옷·양말 등 내의류와 바지·치마·장갑 등 중의류는 kg당 75mg 이하이고, 코트·모자·넥타이 등 외의류 및 침구류는 300mg 이하다. 가방, 쿠션류, 방석류, 모기장, 커튼, 수의 등은 유해물질 안전요건 적용 대상 제품에서 빠져 있다. 국표원 관계자는 "스타벅스가 공개한 결과는 자체적으로 조사한 것이어서 우리 측에서 자료 제출을 공식 요청할 것"이라며 "이를 두고 당장 인체에 어떤 영향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별도로 전문가 검토를 거쳐 적절한 안전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방처럼 인체와 붙어 있지 않으면 안전기준이 없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안전기준이 없다고 해서 수치가 높아도 위험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스타벅스가 지난 11일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는 시험 성적서를 확인했음에도 증정 행사를 즉시 중단하지 않고 예정대로 18일까지 이어갔다는 점이다. 이달 초 이 제품에서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스타벅스는 공급사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고, 공급사가 실제로 시험기관 3곳에서 검사를 의뢰했음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는 고객 사과문을 통해 "폼알데하이드가 가방류에는 안전 요건 적용 사항이 아님을 인지해 시험 결과 수치의 의미를 파악하고 교차 검증했다"고 해명했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가 발암물질 검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제품 증정 행사를 이어간 만큼 소비자들의 비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폼알데하이드 검출 의혹을 제기한 언론 보도가 나간 지난 22일에야 뒤늦게 공인기관에 교차 검증을 의뢰한 부분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벤트를 빌미로 음료 구매를 유도해놓고 안일한 대응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하고 있다"며 "캐리백을 전량 회수하고 소비자 피해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성명에서 "스타벅스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며 회수를 지체해 피해를 더 확대했다"며 "문제 제품을 전량 회수하고 적절한 피해보상안을 내놓아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소비자 밀접 접촉 공산품에 대한 안전기준을 담은 국가기술표준원 고시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타벅스는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고객을 대상으로 새 굿즈를 제공하거나 3만원 상당의 이용권을 발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해 품질관리 조직을 확대하고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한편 전문가들과 자체 안전 기준을 세우겠다고 전했다. 다만 가방류는 유해물질 안전요건 적용 대상이 아닌 만큼 제품 안전과 관련한 법적 조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와 별개로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서머 캐리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국표원은 "조사 과정에서 불법 등 제품 결함이 확인되는 경우 즉시 제품 리콜을 하고, 한국소비자원과 함께 소비자 안전 사용 안내 등의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지난 5월 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서머 캐리백에서 오징어 냄새 같은 악취가 난다는 민원으로 시작됐다. 당시 스타벅스는 일부 제품 원단의 인쇄 염료를 원인으로 지목하며 인체에 무해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약 두 달 후인 지난 21일 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자신을 FITI 시험연구원 직원이라고 밝힌 한 이용자가 "(써머 캐리백에 대한) 시험을 했고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재점화했다. FITI시험연구원(옛 한국원사직물시험연구원)은 섬유 패션·소비재·산업·환경·바이오 분야 종합시험인증기관이다. 스타벅스는 당시 이에 대해 "제품 공급사를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서머 캐리백과 같은 가방은 폼알데하이드 관련 안전기준 준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혹이 가라앉지 않자 지난 23일부터 원하는 고객에게 이 제품을 음료쿠폰 3잔과 교환해주기 시작했다. 이에 온라인에서는 '음료를 17잔 마셔서 얻은 증정품을 3잔어치 쿠폰으로 교환해준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