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피플] 한국YMCA전국연맹 김경민 사무총장
김수영
입력 2020-04-18 발행일 2020-04-18 제22면
수정 2020-04-18
"한국기독교, 항일·계몽운동 앞장섰던 'YMCA 정신' 되새겨야"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은 대구YMCA 사무총장으로 일할 때인 2017년 중구청과 함께 헐릴 위기에 처한 교남YMCA회관(중구 남성로)을 매입, 복원했다. 김 사무총장은 "3·1독립만세운동, 기독교민족운동의 거점 공간으로 사용된 교남YMCA회관을 복원한 것이 YMCA에서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라며 "한국 역사와 함께해온 YMCA 정신은 앞으로도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57)의 삶은 늘 YMCA와 함께했다. 고등학교 때 영어를 배우기 위해 대구YMCA를 찾은 것이 시작이었다. "운명이라 할까요. 아버지가 대구YMCA 일어 강사로도 활동했어요. 고등학교 때 잠시 영어를 배운 인연이 대학으로 이어졌습니다. 연세대 YMCA에 가입해 본격적인 활동을 했지요." 그 인연으로 대구YMCA 간사와 사무총장을 거쳐 2018년에는 전국연맹 사무총장으로 취임했다. 소위 말하는 일류대학을 나와서 시민운동에 평생을 바쳐온 그를 사로잡은 YMCA의 힘은 무엇일까. 과거 기독교인들, 신앙·사회현실 구분해 생각하지 않아 코로나·신천지 계기 사회에 봉사하는 교회로 거듭나야 YMCA '고용 유지' 결의…경영난 시민단체 지원 절실 ▶대학 졸업 후 바로 대구로 내려와 YMCA에서 일했다. "대학을 졸업하니 자연스럽게 고향으로 내려오고 싶어졌다. 대학 때 했던 YMCA 활동이 좋아서 대구YMCA에 들어가 자원봉사자로 5년 정도 일했다. 그 뒤로는 간사로 취직했다. 늘 여기서 일하는 것이 좋았고 보람도 있었다. YMCA를 떠난 나를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YMCA 활동에 푹 빠진 이유가 있는가. "YMCA의 매력은 차고도 넘친다. 특히 일제강점기 항일운동, 독립운동의 중심역할을 했다. 3·1독립만세운동에 참여한 33명 중 6명이 이 단체 출신이다. 조선총독부가 105인의 독립운동가를 감옥에 가둔 105인 사건의 피해자도 대부분 YMCA 사람이었다. 1920년대 좌우익 세력이 합작해 결성한 대표적 항일단체인 신간회를 창립하고 초대회장을 맡은 이상재 선생이 한국YMCA의 첫 사무총장이다. 빛나는 역사를 가진 단체에 몸담아왔다는 게 오히려 영광이다." ▶대구YMCA에서 1990년부터 근무하면서 많은 일을 했다. "간사로 취업한 그 이듬해 낙동강 페놀오염사건이 터졌다. 1995년에는 상인동 가스폭발사건, 2001년에는 신남네거리 지하철 역사 지반 붕괴사고와 삼성 상용차 퇴출, 2003년 중앙로역 지하철 화재 참사 등이 발생했다. YMCA가 대구에서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진실을 밝히고 지역을 살리는 운동을 벌여왔다. 신남네거리 지하철 역사사고 진상조사운동을 벌여 결국 사고 원인이 조잡 시공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2006년 대구YMCA 사무총장으로 취임해 12년간 활동했다. "2007년 사회적 기업 '희망자전거제작소'를 설립했다. 한마디로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도와주려는 기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흐름에 맞춰 환경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 자전거 이용 활성화다. 희망자전거제작소는 방치되어 있거나 못 쓰는 자전거를 거둬들여 재생산한 다음 싼값에 보급함으로써 환경을 보호하고 교통문화도 바꿔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활동했다. 2017년에는 헐릴 위기에 처한 교남YMCA회관을 중구청과 힘을 합쳐 매입해 복원했다. 교남YMCA회관은 3·1독립만세운동 당시 주요 지도자들이 모이는 화합의 공간이었다. 물산장려운동, 기독교농촌운동, 신간회운동 등 기독교민족운동의 거점 공간으로도 사용된 곳이다. 역사적·건축학적 의미가 있는 공간을 되살려냈다." ▶전국연맹 사무총장이 된 후에도 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YMCA 세계대회에서 평양연락사무소 설치를 결의했다. 이를 위해 올해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됐다.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났지만 이것이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 2022년까지 이 과제를 이행해야 한다.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호재로 판단하는 이유가 있는가. "북한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있는 것으로 안다. 개성공단이 재가동하면 꽤 많은 양의 마스크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개성공단 재가동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재를 가하는 북한과 이란에 코로나19와 관련해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북미 관계도 호전될 수 있다. 물론 남북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YMCA전국연맹에서는 냉각된 한일 관계 개선에도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의 YMCA전국연맹을 비롯한 종교·시민단체가 일본 종교·시민단체와 함께 '한일 종교시민평화네트워크'를 구성해서 한일 갈등 해결에 나서고 있다. 한일 관계는 정치적으로는 풀기 힘든 상황이 됐다. 두 나라의 시민사회 연대로 풀어나가야 희망이 있다. 한일 관계 개선만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 안착을 위한 연대에도 힘을 합치고 있다. 이외에도 한일 간에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도 다른 시민단체들과 협력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종교·노동단체들과 함께 정부에 5가지 제안을 했다. IMF 외환위기를 교훈 삼아 정부가 해결해야 할 시급하고 중요한 숙제다. △총고용 유지 △빈부격차로 인한 양극화 완화 △기후변화 대응 체제로의 전환 △사회안전망 강화 △공공의료 서비스 강화 및 확대다. YMCA전국연맹에서는 특히 총고용 유지에 깊은 관심이 있다. 전국 YMCA사무총장협의회에서 고용 유지를 결의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YMCA전국연맹도 경영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 "YMCA전국연맹을 비롯해 각 지역 YMCA에 2천5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YMCA에서 운영하는 아기스포츠단 등의 적자가 커지면서 고용 유지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기업 지원 의사는 밝혔지만 시민단체 지원은 아직 언급이 없다. 시민단체에도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객관적인 경영상 위기가 있을 때 지원해주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물론 전국연맹에서도 전국 70개 YMCA가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신천지교회 등으로 인해 기독교가 곤경에 처해 있는 것 같다. "이번 사건을 통해 기독교인들이 과거 한국에서 기독교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다시 한 번 되새겨보는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YMCA는 한국 역사와 함께하며 항일독립운동·사회계몽운동 등에 앞장서 왔다. 사회현실과 신앙 문제를 통일적으로 이해했던 역사적 기억을 되새겨봐야 한다. 그러면 기독교가 가야 할 방향이 나온다." ▶구체적 방향은 무엇인가. "한국기독교에서만 율법처럼 여기고 있는 금연·절주가 좋은 예다. 금연·절주는 일제강점기 국채보상운동, 물산장려운동, 평양대부흥운동 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때의 정신이 아직 한국기독교 안에서 유지되고 있다. 금연·절주는 한국교회가 역사와 함께했다는 단적인 사례다.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민족과 시민에게 봉사하는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 ▶앞으로 한국YMCA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YMCA는 120여 개국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민간조직운동체이다. 한국에서도 오랜 역사를 가진 대표적인 시민운동단체다. 앞으로 한반도가 세계시민운동의 거점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YMCA가 있도록 질적·양적 성장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기독교 사회운동체로서 신학적·신앙적 주체성을 강화하고 확대하는 데도 노력하겠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