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4인 인터뷰 포용하지 않는 사회, 방치된 가정 밖 청소년 "하루빨리 유해 환경으로부터 청소년 보호해야" "근본 윈인은 청소년 빈곤…후견인 제도 강화 필요" 정부 주도해 인식 개선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편집자주] 1992년 우리나라에 처음 청소년 쉼터가 생기고 정확히 30년이 지났다. 서울 YMCA는 최초의 청소년 쉼터를 설치하며 가정 밖 청소년의 비행을 예방하고 긴급생활지원, 교육 등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30년 동안 청소년 쉼터는 138개로 늘어나면서 조금씩 발전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전히 청소년 쉼터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자리가 부족한 탓에 가정 밖 청소년들은 거리에 방치돼 있다. 이들은 원치 않지만 굶지 않기 위해 성매매에 뛰어들기도 한다. 어른들이 애써 모른 척하고 악용하려 했던 가정 밖 청소년들의 현실을 조명하고 대안을 찾고자 한다.
아시아경제가 서울 곳곳에 숨어 있는 청소년 쉼터 17곳을 모두 찾아간 결과 유해한 환경에 맥없이 노출돼 있었다. 하지만 어른들은 안 그래도 불안한 상태인 가정 밖 청소년들을 성매매 등에 이용하고 있었다. 가정 밖 청소년 A씨(18)는 “유흥가와 밀접한 뿐만 아니라 같은 건물을 쓰는 등 분명 청소년들에게 부적절한 곳에 청소년 쉼터가 조성돼 있었다”며 “가정 밖 청소년들은 사회로부터 방치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청소년 쉼터 환경은 분명 가정 밖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정 밖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유해한 환경과 마주한 청소년들은 나쁜 영향을 받게 된다”며 “하루빨리 가정 밖 청소년들을 유해시설로부터 막을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청소년은 유해환경과 최대한 떨어져야 하지 않나”며 “가정 밖 청소년들은 이러한 법의 보호받지 못하는 존재”라고 안타까워했다.
가정 밖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쉼터 환경의 개선은 필수였다. 추주희 전남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는 “코로나19 시국에도 한 방에 4~5명이 모여 사는 등 여전히 열악한 상태”라며 “단순히 시기와 형태만을 나눌 게 아니라 성매매를 접한 가정 밖 청소년도 다루는 다양한 형태의 쉼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청소년 빈곤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이병모 청소년쉼터협의회 정책이사는 “법적인 배제가 청소년 빈곤으로 이어졌다”며 “아동들은 한국전쟁 이후 만들어진 아동복지법을 통해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복지지원법은 2004년 제정되는 등 아직 지원할 근거들이 미약하다”고 설명했다. 추 교수는 “친권자 대신 후견인이 가정 밖 청소년들을 대리할 수 있는 미성년자 후견인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며 “가정 밖 청소년들은 서류상 부모만 있을 뿐, 사실상 버림받은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정 밖 청소년을 비롯해 아직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을 아동 및 청소년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고 지적했다. 허 조사관은 “가정폭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사회라면 아이들이 가정폭력에서 빨리 벗어날 뿐만 아니라 가정 밖 청소년도 줄어들게 된다”며 “어지간하면 처벌하지 않는 가정폭력처벌법을 개정해 국가의 역할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사회가 가정 밖 청소년들을 포용할 준비가 돼 있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가정 밖 청소년에 관심을 가지기보다 오히려 눈 감고 방치한 것 아닌지 말이다. 허 조사관은 “비참하다. 부모 없이도 자립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가정 밖 청소년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 사회에 설 수 없다”며 “우리가 가정 밖 청소년들을 ‘나쁜 아이’로 낙인찍은 건 아닐지 뒤돌아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 정책이사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가정 밖 청소년을 도와야 한다는 필요성을 못 느꼈다”며 “여성가족부에서 적극적으로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