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기자
할머니 모교인 양산초교서 연 기림문화제
뜻 있는 시민 모여 다양한 체험·모금·공연
평화공원 조성·소녀상 건립 등 추진 탄력
김복동 기림문화제 '희망을 잡고서'가 13일 오후 양산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손으로 가슴 앞에 나비 모양을 나타내고 '김복동평화공원 조성, 우리의 힘으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동욱 기자
"할머니가 우리에게 남겨준 희망 이어가겠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평화운동가인 고 김복동(1926∼2019) 할머니가 생전에 남긴 뜻을 이어가고자 고향 양산시민들이 문화제를 열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8월 14일)을 맞아 김복동 기림문화제 '희망을 잡고서'가 13일 오후 양산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렸다.
문화제는 김복동평화공원 양산시민추진위원회가 주최했다. 추진위는 김복동평화공원을 조성하고, 양산시민 이름으로 평화비 소녀상을 세우고자 꾸려졌다. 25개 시민단체와 4개 정당 위원회가 참여하고 있다.
김복동 기림문화제 '희망을 잡고서'가 13일 오후 양산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양산여고 '평화나비' 동아리 학생들이 키링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양산여고 1학년이자 '평화나비' 동아리 부장인 권가연 학생은 이날 친구들과 함께 편지를 낭독했다. 권 학생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아 친구들과 함께 동아리에 가입했다"며 "김복동 할머니를 통해 일제강점기 우리 지역까지 피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양산시민 문재인 전 대통령도 축사를 보내왔다. 문 전 대통령은 "김복동 할머니의 삶과 업적을 기리기 위한 사업이 할머니의 고향 양산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역사를 기억하고 돌아보며 이곳 양산을 인권과 평화의 도시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김복동평화공원 양산시민추진위의 의지에 뜨거운 응원을 보내며, 저도 힘껏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행사장에서는 김복동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모금이 진행됐다. 추진위는 범시민 모금운동으로 1억 원을 조성해 평화공원과 소녀상 건립 기반을 확보할 계획이다.
올 3월 8일 세계여성의날 재출범한 추진위는 5개월가량 모금 활동을 이어왔고, 지난 12일 기준 양산시민 1417명이 2699만 3880원을 후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 전 대통령도 모금에 참여했다.
김복동평화공원과 평화비 소녀상 건립 범시민 모금 계좌는 '농협 351-1266-0837-13(김복동평화공원양산시민추진위원회)'이며, 누구나 동참할 수 있다.
김복동 기림문화제 '희망을 잡고서'가 13일 오후 양산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김복동 퀴즈' 체험 부스가 운영되고 있다. /이동욱 기자
현재 양산에는 설치미술 작품만 있을 뿐 시민들이 십시일반 모금해 세운 소녀상은 없는 실정이다. 소녀상 건립 예정지는 양산초교, 옛 도심 재생사업 터 등 다양한 장소가 거론되고 있다.
이지양 추진위 집행위원장(양산YMCA 사무총장)은 "내년 8월 14일 평화비 소녀상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고액 기부는 지양한 채 조금씩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모금을 이어갈 것"이라며 "제주도 올레길처럼 '김복동의 길'을 알리고, 김복동평화공원 조성 등도 꾸준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헌수 추진위 교육분과장(양산여고 교사)은 '희망을 잡고 걷는 김복동의 길'이라는 특강에서 "김복동 할머니는 어벤저스처럼 어떤 초능력도 갖고 있지 않았음에도, 희망을 보여줬다"며 "'나는 희망을 잡고 살아, 나를 따라'라는 할머니의 유지를 이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형수 추진위 고문(전 국회의원)은 기념사에서 "김복동 선생님이 침묵했던 고통 속의 시간을 더 기억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시간 눈길을 주지 못했던 우리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는가"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참회하고 속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복동 기림문화제 '희망을 잡고서'가 13일 오후 양산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김복동평화공원 양산시민추진위원회 박미해 상임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문화제가 열린 양산초교는 김복동 할머니 모교다. 공간을 빌려준 양산초교 강성수 교장은 "오늘은 장소 대여라는 의미이지만, 이후 김복동 할머니를 위한 명예졸업장 등을 학교 구성원들과 함께 의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복동평화공원 조성'은 박미해 전 양산시의원이 할머니가 별세한 직후인 2019년 3월 시의회 5분 자유발언에서 처음으로 제안했다. 박 전 의원은 현재 추진위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2021년에는 양산지역 인문 콘텐츠를 만드는 메깃들마을학교가 김복동의 생가터 등 발자취를 따라가는 '김복동의 길'을 제안한 바 있다.
김복동 기림문화제 '희망을 잡고서'가 13일 오후 양산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김복동 할머니를 향해 한 마디씩 남기는 '공동의 평화나비 그림' 행사를 함께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이날 행사에서는 '김복동 굿즈' 판매, 키링 제작과 김복동 퀴즈, 소녀상 판화 등 다양한 체험 부스도 운영됐다. 영상 상영, 헌시, 청소년 밴드 공연, 노래 공연 등도 잇따랐다. 참석자들은 김복동 할머니를 향해 한 마디씩 남기는 '공동의 평화나비 그림'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