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기자
경남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 (상) 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 경험한 학생 1503명
음식점·커피숍·웨딩홀 길게 해봐
기간은 '1~3개월 이내' 최고 비율
폭언·임금 미지급·근무시간 변경
노동권익 침해 사례 끊이지 않아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중요성 커
정부예산 삭감·법안 논의 뭉그적
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이후에는 더 많은 청소년이 아르바이트 시장으로 뛰어듭니다. 조기 취업 형태로 졸업에 앞서 현장실습에 들어간 특성화고 학생들도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노동자로서 경력을 쌓을 청소년, 또 이들을 고용할 사용자 모두를 위해 노동인권 개념을 재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인권'은 헌법에 담겨 있습니다. 근로의 권리, 직업선택의 자유,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고용증진과 적정 임금의 보장, 인간 존엄성 보장 등을 말합니다. '노동인권교육'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 노동 조건에 관한 권리, 노동 3권 등 실제 노동 현장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노동인권 관련 교육을 뜻합니다.
경남도교육청 노동인권교육 활성화 조례는 2021년 5월 시행했습니다. 이에 도교육청은 매년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벌이고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그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아르바이트 또는 현장실습 현장에 몸담은 청소년이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284쪽 분량 보고서를 두 차례에 걸쳐 살펴봅니다. 이 보고서는 경남교육청 교육인권경영센터 누리집 교육자료실에서 볼 수 있습니다.
경남교육청은 지난 10일 창원대 산학협력단(연구책임 이태근 창원대 서베이센터장·연구원 하종훈 경남통계리서치 대표)이 작성한 최종보고서 <2023년도 경남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누리집에 올렸다. 우선 '아르바이트'를 중심으로 보고서 내용을 뜯어봤다. 다음 편에는 '현장실습'을 주제로 유의미한 조사 결과를 담을 예정이다.
◇음식점·커피숍 등 가장 많아 = 이번 조사에서 응답한 학생은 1만 192명(남학생 5317명·여학생 4875명, 모집단 0.1%)이다. 학교 유형별로는 일반계고 7280명(71.4%), 특성화고 2348명(23.0%), 특목고 등 564명(5.5%)이다.
이 중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학생은 1503명(14.7%), 경험이 없는 학생은 8689명(85.3%)으로 나타났다. 노동인권교육 수강 학생은 3004명(29.5%), 수강하지 못한 학생은 7188명(70.5%)이었다.
학생들이 가장 길게 한 아르바이트 직종은 '음식점·커피숍·패스트푸드·웨딩홀'(69.5%)이다. '기타'(13.7%), '편의점·소형마트'(6.6%), '카페·노래방'(4.1%), '배달·택배·주유원·주차원·전단지 배포'(3.1%), '사무실·공장·건설현장'(2.1%), 'PC방·만화방'(1.0%)이 뒤를 이었다.
아르바이트 기간은 '1~3개월 이내'(29.1%)가 가장 많았다. 이어 '한 달 이내'(25.4%), '4~6개월 이내'(21.0%), '1년 이상'(13.4%), '1년 이내'(11.0%) 등 순서였다.
일주일간 아르바이트 시간은 '15시간 이내'(68.6%)가 가장 응답률이 높았다. 아울러 '15~30시간 이내'(26.8%), '30시간 이상'(4.6%) 등으로 조사됐다.
아르바이트를 경험하지 않은 학생들은 그 이유로 '아르바이트할 이유가 없어'(47.4%), '공부(학업)에 방해'(24.3%), '부모(보호자)의 반대'(13.5%) 등을 꼽았다.
◇10명 중 4명 노동권익 침해 경험 =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학생(1503명) 가운데 노동권익 침해 여부에 942명(62.7%)이 '없음'으로 답했으나 561명(37.3%)은 '있음'으로 답했다. 아르바이트를 한 청소년 10명 중 4명 정도는 노동권익 침해를 경험했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침해 유형을 보면 '고객에게 심한 말을 들은 적이 있음'(96명), '약속·계약한 임금이 제대로 지급 안 됨'(82명), '기타'(81명), '주휴수당(1주 기준으로 주간 15시간 이상 일한 경우 하루치를 더 받음)을 받지 못함'(75명), '사장·상사가 나의 동의 없이 일하는 시간을 바꾼 적이 있음'(70명) 등이 있었다.
노동권익 침해에 대응해본 청소년은 989명(65.8%)으로 조사됐다. 대처 방안으로는 '참아가면서 계속 일했다'(382명·25.4%), '일을 그만두었다'(283명·18.8%)가 비교적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직접 항의했음'(159명·10.6%), '가족·친구 도움'(59명·3.9%), '인터넷으로 검색만 했음'(41명·2.7%)이 뒤를 이었다.
712명(47.3%)은 노동권익 침해 때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상대하기 귀찮았음'(355명·49.9%)이 가장 비율이 높았다. 아울러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음'(126명·17.7%), '문제를 제기해도 달라질 것이 없음'(81명·11.4%), '불이익을 당할까 걱정됐음'(76명·10.7%) 등 순서였다.
아르바이트 때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이들은 64.7%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근로계약서 미작성(35.3%)인데, 그 사유로는 '내가 알지 못했음'(42.3%)이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내가 요구했으나 고용자가 거절했음'(4.0%)도 있었다.
전체 14.4%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고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전체 32.7%는 사고 처리 과정·결과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사고 때 도움을 준 대상자는 '사장·상사·회사'(45.6%), '가족·친구'(22.1%), '기타'(22.1%), '노동센터·노동단체'(4.6%), '학교·선생님'(4.1%), '경남교육청 교육인권경영센터·취업지원센터'(0.9%), '고용노동부·경찰'(0.5%) 순서로 나타났다.
함안 함성중학교가 2021년 6월 한국고용노동교육원과 함께 전교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찾아가는 청소년 노동인권 캠프 - 어쩌다 마주친 노동법' 모습. /함성중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퇴보' 움직임? = 올해 7월 경남 한 롯데리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고교생이 작업 중 큰 화상을 입었다. 하지만 사측은 피해 보상 등 사고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교육당국에도 아르바이트 학생 실태 파악이나 지원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사고 직후 학생을 곧장 병원으로 옮기지 않은 데다 작업장 환경을 위험한 상태로 두고 직원 안전보건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 사례뿐만 아니라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청소년 노동권익 침해는 여전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퇴보하고 있다.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법안 논의는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했고, 관련 예산은 삭감됐다.
경남도청소년지원재단은 지난해와 올해 '찾아가는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을 마련했다. 올해는 3000여 명이 대상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긴축 기조에 따라 여성가족부 관련 예산이 삭감됐고, 그 여파로 재단은 내년에 이 교육을 진행하지 못할 처지다.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법제화를 추진하고, 이전에라도 노동인권교육 독립 과목화, 교육내용 내실화 등에 나서라고 교육부에 권고했다. 하지만 올 7월 인권위는 이 권고를 고용노동부가 받아들였으나 교육부는 일부 수용했다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YMCA,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이 참여한 '학교부터노동교육운동본부'와 윤미향(무소속·비례대표) 의원 등 23명이 2021년 9월 '학교노동인권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국회는 관련 다수 법안 논의를 미루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이번 보고서를 내놓으며 "매년 진행하는 '학교로 찾아가는 노동인권교육'을 내실 있게 운영하겠다. 사례 중심의 노동권 보호 지식 교육과 노동권익 침해 때 대응 방법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체 개발 교재와 시도교육청 공동 개발 교재를 적극적으로 보급하고, 교원 직무 연수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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