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기자
제주서 걷고 자전거 탈 김해금곡고 학생들추모 글 적은 노란 손수건 가지고 다니기로창원자유학교, 그림책·시 낭송·다큐 감상 등마산청소년문화의집, 체험부스·추모식 열어다양한 활동으로 희생자 애도·안전사회 촉구
김해금곡고등학교 학생들이 제주도에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가지고 다닐 노란 손수건에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추모하는 글을 적고 있다. /이동욱 기자
오는 16일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경남지역 청소년도 기억하고 추모하는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 12일 오전 김해금곡고등학교 2층 강당에 전교생 43명이 모였다. 이날 학생회 주최로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뉴스 영상을 보고 희생자를 위해 묵념했다.
15~19일 1·2학년 학생은 10년 전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가려고 했던 제주도로 떠난다. 1학년은 80~90㎞를 걷고, 2학년은 자전거로 제주도를 한 바퀴 돌 계획이다. 이는 매년 공립대안학교인 김해금곡고가 진행하는 '로드 스쿨'이다. 길 위의 배움으로, 고된 과정에서 인내와 공동체 정신을 배우는 교육과정 중 하나다.
학생들은 '로드 스쿨' 기간 제주도에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손목에 묶거나 가방 등에 달고 다닐 노란 손수건에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등 추모 문구를 적었다.
김유현 2학년 학생부회장 "세월호 참사가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저희와 비슷한 어린 나이였던 학생들이 꿈을 펼쳐보지 못하고 숨졌다는 것"이라며 "10주기가 로드 스쿨 시기와 겹치는데 공감과 위로의 마음을 품어야겠다"고 말했다.
신영린 3학년 학생회장은 "참사가 세월이 지난다고 옅어지거나 희석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잊혀야 할 일도 아니다"며 "유가족이 진실 규명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온 10년이 짧고 금방은 아니기에 이를 바라볼 때 쉬운 시선만은 아니기를 바란다. 투명하고 진실된 사회를 위해 기억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창원자유학교 학생과 교사가 둘러앉아 송경동 시인의 '잊을 수 없는 304개의 우주를 위하여'를 돌아가면서 소리내 읽고 있다. /이동욱 기자
같은 날 오전 고교 1년 과정 자유학년제 학교인 창원자유학교(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동) 한 교실. 학생 6명과 교사 4명이 둘러앉았다.
이들은 올 3월에 나온 세월호 일인칭 시점으로 참사 원인, 과정, 결과를 돌이켜보는 다큐멘터리 그림책인 <세월 1994-2014>(글쓴이 문은아·그림 박건웅·노란상상)로 참사의 실상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봤다. 이어 송경동 시인의 '잊을 수 없는 304개의 우주를 위하여'도 돌아가면서 소리를 내 읽었다.
또 이들은 노란 배지와 팔찌, 스티커 등을 나누기도 했다. 영실(별칭 '파파야') 교사는 "'자식들 시체를 판다'는 비난을 듣고 힘들어했던 유족들이 가방에 세월호 노란 배지를 달고 있거나 노란 팔찌를 한 사람들을 보면서 여전히 기억하는 시민들이 있다는 점에 큰 위로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민지(별칭 '별') 학생은 "초등학교 때 영상을 보고 알았는데, 충격을 받아 집에서 관련 영상과 음악 등을 찾아보고 너무 많이 봐서 4.16은 잊을 수 없는 날로 각인됐다"며 "사람들을 구하려고 노력했던 분들에게도 존경심을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창원자유학교는 한국사 시간 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 <드라이브 97> 등도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지난 13일 오후 4시 16분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열 번째 봄, 기억하고 함께하는 봄' 추모식이 열렸다. /이동욱 기자
지난 13일 오후 4시 16분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 한편에서는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열 번째 봄, 기억하고 함께하는 봄' 추모식이 열렸다.
마산청소년문화의집 즐거운청소년운영위원회와 마산청소년YMCA 아리아리가 주관한 행사였다. 앞서 이들이 운영한 시민 체험 부스에서는 노란색 종이로 종이학 접기와 안전 퀴즈 풀기 등이 진행됐다.
이날 인도자(사회)를 맡은 우혜빈 학생은 묵상에서 "적어도 우리는 세월호의 아픔을 기억하고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지나왔던 시간을 돌아보게 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을 사랑하라고 하신 말씀처럼 이웃을 향한 사랑을 실천하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하늘 학생은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편지'로 "슬픔, 아픔, 희생이 없는 안전한 나라가 될 때까지 청소년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할 것"이라며 "Remember의 뜻은 '기억하다'도 있지만 '명심하다'라는 의미도 있다.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도록 마음 깊이 새겨 두겠다"고 말했다.
청소년 노래동아리 카멜룬의 박지현·우혜빈 학생이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불렀고, 마산YMCA 기타동아리 Y-통도 추모 공연을 펼쳤다.
/이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