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에서 온 편지] 47. 정재영 홍성 YMCA 사무총장
사진출처=정재영 홍성 YMCA 사무총장
홍성 지역은 지자체가 아주 오랫동안 문화관광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곳입니다. 그래서 축제, 문화재 발굴, 콘텐츠 개발 등이 홍성군 주 예산이고 문화관광과가 이를 관장합니다. 기획감사실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부서이기도 하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홍성YMCA는 이러한 지역 특성을 반영한 사업을 진행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정말 많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지자체와의 관계가 매우 소원하다는 것이지요.
지자체와 관계가 소원하니 지원사업을 받아내거나 사업을 제안해서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주로 충청남도나 중앙정부의 지원사업을 어렵게 받아서 진행하곤 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콘텐츠의 주인이 없기 때문입니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지혜(지식) 공유 플랫폼이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지식, 경험, 재능, 정보, 삶의 지혜를 나누고 싶은 시민 누구나 강의를 열 수 있고, 배움의 기회로 얻고 싶은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입니다. 강사료와 수강료 따로 없이 서로 간 배움과 나눔이 수강료가 되어 운영되거나, 최소한의 재료비 등을 책정하여 운영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2018년과 2019년에 평생교육 우수사례로 충청남도에서 두 번 사례 발표를 진행한 사업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2019년 발표를 홍성군 평생교육원 직원분이 유심히 보고 가시더니, 똑같은 방식에 강사비를 추가해서 프로그램을 개설했습니다. 그 프로그램 홍보 전단은 퇴근길 저의 집 현관에 부착돼 있었습니다.
이 일로 저와 함께 평생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사님들이 홍성군평생교육원으로 많이 유입되면서 강사 영입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홍성YMCA는 충청남도의 사업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홍성군과 직접적 관계가 없어 다른 지역 우수사례 벤치마킹을 한다는 명분으로 사업을 도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누구라도 나서서 해당 사업이 잘 활성화되면 좋은 것으로 생각했지만, 홍성YMCA의 사업을 카피한 홍성군평생교육원은 1회만 진행하고 사업을 포기했습니다.
최근 홍성YMCA는 강사비를 5만 원 혹은 7만 원 수준으로 책정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부담 동아리 육성이 목표인 사업이기 때문에 적은 강사비에도 동아리를 만들고 싶어 하는 많은 강사님이 함께해주셨습니다. 그러나 문화 관련 홍성군 중간지원조직 단장이 문화진흥 사업 회의를 주관하면서 “홍성YMCA는 5만 원, 7만 원에도 강사들이 강의하는데, 당신들은 왜 이 돈으로 하지 않느냐”라면서 오히려 강사비 삭감의 명분으로 홍성YMCA를 거들먹거려 꽤 난처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런 일을 극복하기 위해 작년 11월 3일 ‘콩콩콩종합예술협동조합’을 창립했습니다. ㅋㅋㅋ와 ㅎㅎㅎ을 위아래로 배치하면 콩콩콩이 되는데 즐겁게 예술 활동을 하자는 취지에서 모인 조합입니다. 대부분 공예 공방 조합원들이지만 지원사업에 휘둘린 경험과 고립감 등이 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입니다. 홍성YMCA는 투자자이자 공동사업자로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일들을 반복해서 당하지 않도록 서로 노력하고 있습니다.(KBS TV 이웃 다정다감 6월 8일 방송분에 20분 가량 소개되었습니다.)
현재는 홍성YMCA와 콩콩콩종합예술협동조합은 지자체의 지원을 받지 않는 거의 유일한 단체로서 지자체의 견제를 받고 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함께 이겨내기 위한 노력을 하고 더욱 끈끈한 관계가 되고 있습니다. 지원사업을 위해 무리하게 몸을 맞추지만, 결국 돌아오는 소득 없이 허무감을 맛보았던 조합원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란 자신의 존엄을 자기 스스로 지켜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존엄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은 존엄을 지키기 위해 협력합니다. 지자체의 쏟아지는 지원사업에 몸 맞추기를 하다가 지쳐버린 사람들, 그리고 사면초가의 홍성YMCA는 도둑으로부터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함께 협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