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도시상징(CI·왼쪽)과 외국 코인회사 로고. [사진 부산시]
1995년부터 28년간 사용하다 최근에 바뀐 부산 도시상징(CI)이 한 외국 회사 로고와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다. 부산참여연대·YMCA·YWCA 등 10여개 시민단체(이하 시민단체)는 최근 부산시의회 1층 후문 앞에서 ‘시 상징물 변경 반대 및 시의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8일 밝혔다. 시민단체는 “코인회사 로고를 보면 부산시 상징 도안과 모양이나 이미지 등이 거의 같다”며 “부산시 상징을 만들 때 이를 표절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코인회사는 외국 B사로, 2021년 설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는 1995년 산·바다·갈매기·오륙도 등 모습을 형상화한 푸른색 CI를 만들어 28년간 사용하다 지난 3월 10일 바꿨다. 새 도시상징은 부산 영문 이니셜인 ‘B’와 ‘S’를 모티브로 색깔과 각도를 활용해 입체적인 3차원(3D) 이미지로 표현했다. ‘B’는 봉우리 2개로 된 산이 오른쪽으로 세워진 모습을 하고 있다. 2개 봉우리 사이 능선이 ‘S’를 의미한다. 이 CI는 시기(市旗)나 시 휘장 등에 사용한다.
하지만 시민단체 관계자는 “만일 부산시 상징 깃발이 코인회사 것과 나란히 올려진다면 세계에 하나뿐인 도시인 ‘부산’ 상징으로서 고유성·독창성을 자랑하는 게 아니라 남을 흉내 냈다는 얘기를 들을 것”이라며 “새 상징은 ‘B·S’란 문자만 조형해 산·바다·항구도시 등 지역 정체성이나 특성을 담고 있지 않아 부산의 심벌로서 기능하기엔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부산시는 표절 의혹을 일축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난 2월 말 전문가 심의 당시 B코인회사 로고를 검토했는데 유사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며 “이어 지난 1일 변리사 사무실에 이 코인회사 로고와 유사 여부를 자문한 결과 ‘색깔·배치·형상 등 미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에 있어 차이가 있어 유사성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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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세계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시민들의 지역 소속감을 강화하기 위해 CI 개발에 나섰다. 이후 공모와 심사위원회를 거쳐 선정한 수도권 디자인 전문업체에 8억원을 들여 CI 개발을 맡겼다. 지난 3월 최종 시안 3개 중에 시민설문·선호도 조사와 도시브랜드 전문가·시민참여단 등의 자문과 심의를 거쳐 최종 CI를 확정했다. 시는 앞으로 5년간 130억원을 들여 새 도시상징을 홍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국가에서조차 영어 약자를 도시 심벌마크로 쓰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도시 상징이 시민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아 도시 특징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의회는 지난 2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부산시 CI 관리 조례’ 및 ‘부산시 시기 조례’ 개정안을 각각 의결했다. 두 조례는 17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위성욱 기자 we.sung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