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희 기
정부, 단통법 전면 폐지 방침에 앞서 시행령 개정 행정예고통신사업자간 서비스 경쟁기대...알뜰폰 사용자의 이통 3사 집중 전망
서울 용산에 있는 통신사 대리점들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이도희 기자] 정부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에 앞서 통신사 이동시 지원하는 지원금을 최대 50만원으로 하는 이동전환지원금 지급기준 고시 제정을 행정예고하면서 이통사와 소비자들의 셈법이 빨라지고 있다. 이통사들은 통신사 이동이 많아질 것이라고 하면서도 소비자들의 통신요금 부담 완화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단통법 시행령 개정 안에 신설된 예외 조항에 번호 이동 지원금을 최대 50만원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한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통신요금 부담이 완화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고시는 번호 이동으로 기존 통신상 약정을 해지할 때 내야 하는 위약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세부 기준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이동통신 사업자는 50만원 범위 안에서 위약금 등을 전환지원금으로 지급할 수 있다. 방통위는 11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치고 이달 안에 시행할 계획이다.
고시 제정안은 정부가 지난 1월22일 단통법 전면 폐지 방침을 밝혔지만 단통법 폐지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먼저 시행령을 고쳐 사업자 간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 통신사들, 고객 유치 경쟁 치열해질 전망
고시 제정안과 관련해 예상되는 효과는 통신 소비자들의 통신사 이동에 따른 통신사간 경쟁, 전환지원금 지급에 따른 소비자 통신비 부담 완화 여부 등으로 압축된다.
통신 업계는 통신사들간 가입자 유치 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본다. 통신사들은 위약금을 대신 내주고 가입자를 늘리는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단통법의 조금 규제로 통신사 간 경쟁이 위축되고 소비자들이 휴대폰을 갑싸게 구입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 또한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통신사업자의 마케팅 자율성이 높아지고 서비스 경쟁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쟁의 유탄은 알뜰폰으로 뛸 가능성이 있다. 알뜰폰 사용자들이 통신3사로 몰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알뜰폰 시장과 소형 유통점이 무너지면 단말기 유통 시장의 경쟁이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YMCA는 "알뜰폰 이용자는 무약정 등으로 위약금 전환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데도 전환지원금을 지급받을 수 있어 알뜰폰 가입자가 통신 3사로 이동하는 것을 과도하게 촉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새로운 전환지원금 제도 시행으로 생길 수 있는 고객과 유통망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전산 등 통신사가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한 통신 고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고만 전했다.
■ 소비자 부담 완화? "글쎄요"
시행령 개정으로 소비자들의 통신사 이동이 늘어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위약금 탓에 바꾸지 못한 통신사를 통신사가 주는 전환지원금을 내고 갈아탈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의 통신사 이동이 활성화되고 통신사간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것임은 분명히 보인다.
그렇더라도 이번 시행령 개정과 고시제정에도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이 완화될 것인지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통신업계는 입을 모은다. 이번 고시제정은 통신사 이동시 주는 지원금을 명문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금도 약정이 만료된 통신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지원금보다 통신사를 바꾸는 소비자들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이 더 많기 때문이다.
통신비 부담을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수준 만큼 낮추려면 지원금을 크게 늘리는 것보다 휴대폰 가격을 낮추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는 의견이 많다. 5G 요금은 5만 원대∼8만 원대인데 정부의 요구로 3만 원대까지 내린 상품이 있다. 따라서 통신사들은 요금에 관한한 "할 만큼 다 했다"고 하소연한다.
통신사들은 대놓고 말은 하지 못하지만 휴대폰 메이커인 삼성전자나 애플 등이 휴대폰 가격을 내리면 통신비 부담 효과가 가장 클 것이라는 의견을 암암리에 피력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50만원 지급 규정이나 단통법 폐지는 통신사 이동을 촉진할 것"이라면서도 "법이 폐지되더라도 10년 전처럼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막 뿌려 생긴 '공짜 폰'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통사들은 법 폐지 전에 소비자 차별·피해 발생, 요금·품질 경쟁 저하 가능성 등을 놓고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들은 소비자 보호가 취약해지지 않도록 사후 규제를 강화하고 유통점과 제조사를 규율하는 등 단통법 폐지 과정에서 자칫 생길 수도 있는 소비자 보호 수단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