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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2025.04.15) 서울 YMCA 마라톤을 뛰면서 알게 된 역사



서정우 기자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많이 들어봤지만 정확히 뭘 하는지 몰랐던 곳이었다. YMCA? 알아봤더니 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 의 줄임말이다. 직역하면 "기독청년회". 19세기 중엽 영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확산된 기독교 기반 청년 운동 단체라고 한다.



꽤 오래전 개봉했던 <YMCA 야구단>이라는 영화를 기억한다. 수영을 하는 분들에게는 종로에 있는 YMCA 회관 수영장으로도 유명하다. 아니나 다를까 다양한 스포츠 관련 지원 사업을 하는 곳이다. 1903년 황성기독교청년회로 창립되어 1904년 야구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최초로 근대 스포츠를 도입, 1920년 5월에는 한국 최초 육상경기 대회를 개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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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YMCA에서 달리기 대회를 개최하였다. 지난 13일, 종목은 하프(21.0975km)와 10km, 5km. 출발은 광화문 앞. 세종대로와 청계천 일대를 통제하고 도심을 달리는 대회라니, 흔하지 않은 기회이다. 10km 종목을 신청했다. 하프는 길고 5km는 짧으니까. 적당한 거리를 적당히 뛰려는 마음이다.



광화문 앞을 출발하여 경복궁 둘레를 따라 서촌, 청와대, 삼청동 길을 달리고 숭례문과 청계천을 지나 종각역 보신각에 마련된 피니시 지점에서 마친다. 도심을 통제하는 마라톤 상징으로 광화문 출발의 의미는 알겠는데, 종료 지점은 왜 종각역일까?



알고 봤더니 보신각에서 멀지 않은 종로 거리에 YMCA 건물이 있다. 대회 본부와 물품보관소가 운영되는 '젊음의 거리' 길 맞은편이다. 원래 본관 건물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건물이라고 한다. 당시 YMCA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전용 건물이 필요해져 모금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신축하게 되었다. 개보수를 거쳐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다.



알면 알수록 만만찮은 곳이다. 조금 더 알아봤다. 한국 근현대 시민운동 역사의 무대이기도 하다. 3.1운동 당시 서울 YMCA의 지도자급 인물들이 독립선언 준비에 직간접으로 관여하였고, YMCA는 기독교, 교육, 청년운동을 바탕으로 개화파, 지식인, 청년층을 조직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일부가 기독교계 인사였으며, 안창호 이승훈 길선주 김창준 등 YMCA와 연관된 인물들이 있었다. 일제 말기에는 강제 해산, 활동 중지 압력을 받았으며, 일부 활동은 강제로 '황국신민화' 노선으로 전환되기도 하였다. 이후에도 YMCA는 교육, 계몽, 청년 훈련을 통해 민족정신을 이어가는 역할을 하였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 4월이라 하기에는 쌀쌀한 날씨임에도 완벽한 도로 통제 덕분에 서울 도심 10km를 달려 종각역 피니시 라인에서 무사히 레이스를 마쳤다.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였고 먼저 출발한 하프 종목 선수들과 이어서 출발한 10km 종목 선수들이 뒤엉켜 다소 혼란이 있었지만 서울 도심 곳곳을 누비며 달리는 대회는 러너에게 선물과도 같다. 10km 37분. 기록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우리나라 근대 역사 공부까지 덤으로 한 듯한 기분이다. 대회가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던 것들이다. 익숙한 종로가 낯설게 다가왔다.



달릴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차를 탈 때에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풍경인 건물과 역사가 눈에 들어왔다. 달리기는 내 삶의 쉼표와 같다. 쉼표를 찍고 나서야 그동안 몰랐던 것에 물음표를 그릴 수 있고, 새로운 깨달음으로 느낌표를 쓸 수 있다. 내가 사는 이 터전 곳곳을 두 다리로 직접 누비며 쉼표를 써 내려가고 더 많은 물음표와 느낌표를 채워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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