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현 기자
고물가 시대 ‘가계통신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통신비 절감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소용이 없다. 왜일까. 지난 10년간 통신 요금은 오히려 줄었는데, 스마트폰 가격과 구독서비스 요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마른 수건을 짜 내듯 통신 요금을 낮추는 데만 골몰할 뿐이다. 통계청이 조사하는 가계통신비가 국민이 체감하는 수준과 괴리가 있는 이유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다양한 시각으로 가계통신비를 면밀히 분석해보고, 실질적인 통신비 경감 효과를 위한 정책방향을 제언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이 한계에 봉착했다. 통신서비스요금이 점진적으로 내려가고 있음에도 불구,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계통신비는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배경으론 꾸준히 상승하는 단말기 출고가가 지적된다. 현행 가계통신비는 통신요금 뿐 아니라 단말기값도 통합 고지된다. 실제 소비자의 월 평균 통신기기 비용은 다른 나라보다 최대 5배 가량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가계통신비 수준은 해외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미국·캐나다·영국·독일·스위스·일본·호주·싱가포르 등 주요 8개국 가운데 한국의 월평균 가계통신비는 7위에 머물렀다.
월평균 가계통신비를 살펴보면, ▲미국 181.9달러 ▲스위스 181.2달러 ▲싱가포르 177.6달러 ▲캐나다 154.2달러 ▲호주 146.4달러 ▲영국 109.3달러 ▲한국 99달러 ▲일본 94달러 ▲독일 82.8달러 순이었다.
월평균 가계통신서비스 비용은 더욱 낮았다. 미국이 171.2달러로 가장 높았으며, ▲스위스 165.7달러 ▲싱가포르 164.7달러 ▲캐나다 146.2달러 ▲호주 136달러 ▲영국 103.4달러 ▲일본 89.6달러 ▲한국 77달러 ▲독일 73.3달러 순이었다.
하지만 월평균 통신기기의 비용은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국의 월평균 통신기기 비용은 22.1달러로, 해외 주요국 대비 약 3~4배 수준이었다. 실제 스위스의 월평균 15.5달러로 2위를 차지했으며, ▲싱가포르 13달러 ▲미국 10.8달러 ▲호주 10.4달러 ▲독일 9.5달러 ▲캐나다 8달러 ▲영국 5.9달러 ▲일본 4.4달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가계통신비에서 통신기기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당연 컸다. 통신기기 비용 비중은 비교대상국 평균인 7.2%보다 3배 가량 높은 22.3%로, 현저히 높았다.
실제 국내에서 단말기 고가화는 본격화 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5G(5세대 이동통신) 휴대폰 12개의 평균 출고가는 115만원을 웃돌았다. 올해 초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23울트라’만 해도 출고가가 159만9400원으로, 14만원 이상 비싸진 상황이다.
해외 단말인 애플 ‘아이폰14’ 시리즈 역시 환율 급등 등 경기 요인으로 전작보다 출고가가 최대 17% 오르는 등 단말기 가격은 계속 고공행진 중이다. 저렴한 인터넷 보급을 위한 민간 연합체인 A4AII(Aliance for Affordable Internet)가 각국의 최저가 스마트폰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77개국 중 8번째로 가격이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 통신 요금 탓에 가계통신비가 높다고 여겨지는 상황으로 단말의 영향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행 가계통신비는 통신 요금과 단말기 값이 통합 고지되는 방식이다.
한석현 서울YMCA 실장은 “일각에선 단말 출고가 비교자료를 바탕으로 해외 대비 국내 단말기 가격이 저렴하다는 인식 있다”라면서도 “문제의 본질은 고가 단말의 출고가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중저가 단말의 부재 현상이므로, 고가 단말 위주로 형성된 국내 단말 시장에서 중저가 단말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을 확보하는 것이 통신정책의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에서도 관련한 움직임은 있다. 정부는 현재 통합 고지되는 통신요금과 단말기 가격 분리를 시도하고, 제조사에 중저가 단말 생산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정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최근 진행된 한 토론회에서 “국민이 유무선 통신을 매개로 사용하는 다양한 디지털기기와 콘텐츠를 포함하는 개념 정립 및 이에 기반한 통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며 “가계통신비가 비싸다는 인식 저변에는 휴대폰 같은 단말기기와 OTT 등 콘텐츠 비용도 포함된 거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 과장은 “가계통신비 22~23%를 단말기 구입 비용이 차지하는데, 시장에서 선택하는 중저가 단말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제조사와 협의 중”이라며 “다양한 중저가 단말이 출시돼서 중저가 단말도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늘리려 한다”고 전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도 지난달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올 1분기 가구당(1인가구 포함) 월평균 통신비 지출액이 약 13만원으로 전년보다 7.1% 올랐는데 인상률은 단말기 28.9%, 통신 1.8%이었다’는 박완주 의원(무소속) 질의에 “단말기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데 동의한다”라며 단말기 가격 인하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