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희 기자
6월 값 4월 첫 주보다 26.8% 올라
해수부 "생산자 장마 불안 이유"
전국적인 천일염 사재기 모습이 도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천일염·소금 사재기 논란은 한 달 전부터 불거져 나왔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일자가 가까워지자 국내 염전에서 생산하는 소금을 사두려는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ㄱ 씨는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1988년 1월부터 소금·천일염 판매업을 하고 있다. ㄱ 씨는 13일 가게 문을 열자마자 땀을 비오듯이 쏟았다. 지난주부터 천일염 생산량 부족으로 팔 물건은 없는데 찾는 손님이 많아서다.
ㄱ 씨는 “2011년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이런 현상은 12년 만”이라고 말했다. 20㎏당 2만 3000원에 들여오던 천일염이 2만 6000원으로 올랐다.
한 소비자는 13일 오전 10시께 ㄱ 씨가 운영하는 판매점을 찾았다. 음식점에서 사용하려 30포대(1포대당 20㎏)를 구매하려고 했지만 발길을 돌렸다. 이 소비자는 재작년에 20포대를 샀던 곳에서 갑자기 물량이 없다고 하니 당황해했다.
ㄱ 씨는 “이전보다 염전 규모가 줄었고, 올해 상반기에 온 비로 천일염 생산량이 줄었다”며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한몫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소비자는 대부분 전남 신안군 염전에서 나는 천일염을 찾았다. 호주산·베트남산이 섞인 천일염이나 꽃소금도 팔았지만 소비자가 찾진 않았다.
다른 소금 판매처 또한 천일염 생산지에서 소금을 보내오지 않는다며 난감해했다. 지난주에 2만 8000원에 팔던 소금을 1포대(20㎏)당 3만 2000원 씩 판매한다. 소비자들은 한 주 만에 5000원씩 오르는 소금값에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마산합포구에 사는 한 소비자는 “지난주까지 20㎏에 2만 원 후반대하던 소금이 3만 원이 넘어 놀랐다”며 “구매에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창원시내 대형유통업체에 공통적으로 소금·천일염 구간이 비어 있었다. 오전 10시 30분 개점, 11시 넘은 시간까지 매대가 채워지고 있었는데 소금·천일염은 빈 상태가 그대로였다. 일부 품목에 ‘품절’ 표시가 있었다.
도내 한 대형마트에 소금 매대 모습. 일부 상품이 '매진'했다는 표시가 붙어있다. 13일 오전 도내 대형마트를 둘러보니 다른 종류 상품을 매대에 가득 채웠으나 소금, 천일염을 채우지 못한 상태로 두고 있었다. /주성희 기자
식품업체 관계자는 “10개 들여놓으면 10개가 다 팔리는 상황이다”라며 “유통업체 또는 소매점에서 소금·천일염 물량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때문에 수요가 는 게 아닌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화 김해YMCA 시민중계실 실장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한 사재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소금 소비가 많은 김장철도 아닌데 30~40대 젊은 주부층이 천일염 1포대를 사는 게 일반적인 소비 형태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소금 가격이 1주 사이에 5000원씩 상승하는 모습 또한 급격한 수요 증가가 원인이라고 봤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어민에게는 생계와 안전을 좌우하는 문제이고 소비자는 자신과 가족들 생계와 건강이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원인으로 들고 있지만 정부는 사재기가 아니라고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6일 천일염 가격 폭등 원인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시기 임박으로 인한 사재기가 아니라고 했다. 해양수산부는 “천일염 생산자가 장마기간 대비 5월 생산량을 판매 유보하는데 올해 봄 긴 강수일수로 생산자 불안이 증폭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5월 출하유보 물량은 3만 2576t으로 평년 4월 출하유보 물량 2만 4000t 보다 1만t 가량 많은 양이다.
해양수산부는 6월 천일염 가격이 4월 첫 주보다 26.8% 상승했다고 했다. 산지 가격으로 보면 4월 평균가는 20㎏당 생산량 감소, 장마철 대비 출하 물량 조절이라고 했다. 4월 생산량은 4만 3773t으로 지난해보다 11.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5월 생산량 또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분의 1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주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