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후보 2명으로 압축 “모피아와 폴리페서” 비판도 내년 3월 제5차 재정계산 앞둬
지난 14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경실련 등이 주최한 ‘윤석열 정부 기재부 출신 관피아 권력지도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4개월 넘게 비어있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임명 절차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섰다. 시민단체들은 국민연금개혁 등 중요한 과제를 앞두고 후보자 모두 결격 인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24일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준정부기관 장은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해야 한다고 정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따라 이사장 후보 2명이 보건복지부에 추천됐다”며 “통상 검증과정이 4~6주 소요되기 때문에 늦어도 10월 안에는 이사장 임명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종 후보는 김태현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다. 이들은 지난 19일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에서 진행된 면접 심사에 참여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신임 이사장 지원서를 접수했다. 이사장 임명 절차는 다음과 같다. 국민연금공단 비상임이사, 학계, 법조계 인사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임원추천위가 면접 심사에서 복수의 후보자를 가려내 복지부 장관에게 추천한다. 복지부 장관은 대통령에게 임명제청을 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현재 복지부 장관이 공석이라 조규홍 복지부 1차관이 임명제청 권한을 행사한다. 김 사장은 행시 출신으로 재무부 법무담당관실, 외교통상부 주OECD대표부, 청와대 경제수석실 등을 거쳐 금융위 자본시장국장·금융서비스국장·금융정책국장·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10월 예금보험공사 사장에 취임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김 교수는 국개발연구원(KDI),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원 출신으로 한국연금학회장, 한국사회보장학회장 등을 거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을 역임했으며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문위원으로 참여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당초 복지부 장관이 임명된 이후 새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절차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사장 공모 절차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연금공단은 세계 3대 연기금이자 전체 운용자산이 900조를 훌쩍 넘는다. 또 5년마다 시행하는 적자 전환 시점, 기금 고갈 시점 등이 담기는 제5차 재정계산을 오는 2023년 앞둔 등 과제가 산적하다.
한국은 합계출산율이 1.0에도 못 미치는 초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며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가 제4차 재정계산 결과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제4차 재정계산 결과도 이전 재정계산보다 기금고갈 시점이 2057년으로 3년 앞당겨졌다. 또 다른 재정계산 연구에서는 기금고갈 시점을 2055년으로 2년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미래세대 부담을 덜고, 현세대가 일정 수준 책임을 지도록 공적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계속됐다. 윤석열 정부도 대선공약과 110대 국정과제에 연금개혁을 포함했다.
노동계는 두 후보 모두 ‘모피아(MOFIA·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와 ‘폴리페서(정치 참여 교수)’로 부적격 인사라며 졸속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 6월에도 이동근 한국경제인총연합회 부회장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자 경재계에 치우친 인물이라는 논란이 인 적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임형택 기자
이날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는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금 재정안정화만 기계적으로 외치는 모피아 출신 인사,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사회적 합의 사례나 제도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두드러진 제도 개선 경험이 일천한 자리욕심형 폴리페서 인사가 유력 후보군”이라며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국민들의 노후 소득 보장강화를 위한 연금공단의 사명과 역할, 책임을 감당하고 헤쳐갈 수 있는 검증된 적임자가 이사장으로 임명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민단체는 윤석열 행정부 내 검찰과 모피아 출신이 많다고 지적한다.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민변 민생경제위원회·YMCA 등 9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기재부 전면개혁 공동행동’이 지난 14일 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고위공직자·공공기관장의 12%가 기재부 관료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은 “국민연금은 복지제도와 기금운용이라는 큰 두 축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임용돼야 한다”며 “김 사장은 전문성이 부족하고 김 교수는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는 스튜어드십코드(SC) 자체를 부정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금개혁을 눈앞에 둔 중요한 시점에서 실질적 노후소득보장 방향이 아닌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사적연금 강화 방향으로 가지 않을지 우려된다”며 “현재 인사절차를 보면 윤석열 정부가 국민연금을 복지 제도가 아닌 기금운용 관점으로만 바라보고 있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