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인 기자
35년 간 시민 운동…첫 광주YMCA 여성 지도자
의료사고 피해자 승소부터 청년 교육·통일 운동
"기후 위기·양극화 문제, 민·관·정 머리 맞대야"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문기전 광주YMCA사무총장이 6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YMCA에서 퇴임을 앞두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23.10.06. hyein0342@newsis.com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평화와 생명 존중의 가치를 실현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고자 했습니다."
문기전(59·여) 제25대 광주YMCA(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 기독교청년회)사무총장은 퇴임을 앞둔 8일 "시민이 주체 의식을 갖고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사무총장에게 1980년 5월 광주는 시민 운동의 열망을 키운 기폭제였다. 민주주의를 위해 분노와 좌절을 경험하면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시민 운동가로 일조하겠다고 다짐했다.
고등학교 2학년 당시 광주YMCA에서 함석헌 선생의 강연을 들은 뒤 이곳에서 35년 동안 시민 권익 운동과 인문 교류의 장을 확장했다.
YMCA는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3·1운동과 민주화·시민·청소년 운동 등을 활발히 펼쳐왔는데, 그는 YMCA와 함께 시대가 마주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회고했다.
특히 그는 1990년대 YMCA시민권익 변호인단을 창단해 전국 최초로 의료 사고와 최루탄 피해 실태를 조사, 피해자들의 승소를 이끌었다. 또 광주 지역 아파트 하자 실태를 파악해 입주민의 권익을 보장하기도 했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문화 복지와 제도 밖 청소년 돌봄에도 힘썼다.
서구문화센터관장 재직 당시 남녀노소 모두 동네에서 문화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공연을 기획했다. 학교 10여 곳을 창립해 평화·민주주의 의식을 키우는 교육과 청소년 쉼터 봉사를 해왔다.
하지만 남성 지도자 중심 체계에서 첫 여성 YMCA 간사와 사무총장직은 쉽지 만은 않았다. 무게와 책임감도 컸다.
문 사무총장은 "여성이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두고 가사에 집중하던 시절 YMCA일을 지속했기 때문에 기혼 여성으로서 일을 더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며 "사회적으로 중요한 남성 지도자들이 많이 배출된 만큼 첫 여성 지도자로서의 자격도 입증해야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어려움 속에서도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원동력으로 삼고 수십 년 간 시민 사회에 헌신해왔다.
지난 7년 동안은 제24·25대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시민사회 연대를 강화하는데 집중했다.
지난 2019년 경기 파주에서 약 8㎞ 구간에 걸쳐 인간 띠를 잇는 통일 DMZ 인간띠 운동도 펼쳤다. 특히 광주YMCA는지난 6월 여러 사회 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UN 경제사회이사회 특별 협의적 지위를 획득, 국제 회의 참석 기회를 얻었다.
이달 말 퇴임을 앞둔 문 사무총장은 '헤어질 결심'을 하면서 YMCA의 지속적인 사회 운동 방향성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그는 최근 사회 문제로 기후변화와 한반도 평화위기·양극화 문제를 꼽았다.
이를 위해 YMCA가 세대 교체와 시민 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시민과 정계,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시대적 과제를 완수해야한다고도 했다.
문 사무총장은 "산적한 사회 문제들은 국제적인 문제이거나, 민·관·정 거버넌스가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것들"이라며 "평화와 생명 존중의 가치를 중심에 둔다면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