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부산시청에서 부울경 특별연합 관련 회동에 들어간 박형준 부산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 이들 3개 시도 단체장은 특별연합을 폐기하고, 이를 대체할 초광역 경제동맹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산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인다."
"원점으로 되돌리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
부산의 지역일간지인 <부산일보>, <국제신문> 14일자 사설의 일부다.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특별지자체) 무산 논란에 박형준 부산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만나 초광역 경제동맹에 나서기로 했지만 지역 언론은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상누각"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는 등 법적·제도적 한계를 짚으며 합의에 물음표를 붙였다.
특별연합 파열음 끝에 결론 "차선의 합의"
지난 12일 회동한 3개 광역 시·도 단체장은 "부울경 특별연합의 출범은 어렵다"라고 결론을 냈다. "실효성, 효율성이 없다"는 울산·경남의 시각이 공동입장문에 고스란히 포함됐다. 다만 3개 시·도는 수도권 일극주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대안으로 초광역 경제동맹에 합의했다. 나아가 부산과 경남은 통합까지 추진한다. 2026년엔 지역 경계를 허물고 행정적으로 합치겠다는 것이다.
3개 시·도 단체장의 결정으로 약 2년간 추진돼 온 부울경 특별연합은 폐기 수순을 밟는다. 규약에 따른 내년 1월 공식 사무는 불가능하게 됐다. 공동 의회, 특별연합을 이끌 수장도 선출하지 않는다. 3개 시·도가 파견한 25명 규모의 합동추진단은 해체에 들어간다. 과정도 간단치 않다. 특별연합 해산은 각 지방의회의 의결과 행정안전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경제동맹으로 방향을 바꾼 3개 시·도는 각 단체장이 공동회장을 맡고, 전담 사무국(9명)을 다시 설치한다. 합의문에 특별연합이 추구하던 기능을 함께 수행하겠다고 밝혔는데, 실무협의 과정에서 이를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연합보다 더 어려운 행정통합을 놓고선 부산과 경남이 준비위원회를 꾸린다. 제시한 시기인 2026년은 불과 4년밖에 남지 않았다.
▲ 박형준 부산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12일 부산시청에서 부울경 특별연합 관련 회동을 하고 있다.ⓒ 부산시
이에 대해 "열어놓고 논의하자"고 했던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나치게 그릇의 중요성만을 부각해서 특별연합에 매몰되면 틀 자체가 깨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을 했다"라며 이견 조율 결과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특별연합에서 이탈하려는 울산·경남과 다른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의 합의를 만들어 이 큰 배, 큰 흐름을 훼손하지 않으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약속했다"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의 말처럼 3개 시·도가 꺼져가던 협력의 불씨를 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합의 파기가 아닌 더 강화한 분권형 특별연합을 요구했던 부울경 시민단체는 지역 언론과 똑같은 반응을 나타냈다.
"행정통합? 정치생명 걸어야"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판을 깨기는 부담스럽다는 건데 지금도 권한 부족을 말하면서 더 모호한 형태로 가게 됐다"라고 반발했다. 그는 "이틀로 뭘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라고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경남의 시민단체는 근거를 문제 삼았다. 이윤기 마산YMCA 사무총장은 "경제동맹과 특별연합은 법적인 근거에서 완전한 차이가 있다. 법률과 행정적 뒷받침이 없다면 논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면피성이 아니라면 제대로 된 후속 조치를 내놔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부산의 시민단체는 "특별연합 기능을 포함한 경제동맹은 말장난"이라고 꼬집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런 합의라면 특별연합을 그대로 하면 된다. 이건 꼼수"라고 발끈했다. 그는 "끝난 행정적 절차를 뒤집은 격이고, 이 과정에서 당사자인 주민의 의견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 문재인 대통령 부산행 문재인 정부가 초석을 놓았던 부울경 특별연합(메가시티)가 사실상 중단된다. 지난해 2월 부전역을 찾아 광역전철 등 부울경 교통망 관련 보고를 받고 있는 문 대통령.ⓒ 부산시
부산·경남 행정통합 계획에 대해선 모두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추진이 중단된 대구·경북 등의 사례를 보고도 짧은 시간 안에 통합을 이룬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오사카시와 오사카부를 합치겠다던 일본 정치인들이 주민투표 부결로 정계에서 은퇴한 것처럼 정치적 생명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화살은 윤석열 정부로도 향했다.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공동대표는 "지방시대를 강조하더니 실행 의지가 전혀 없단 게 드러났다"라고 정부를 규탄했다. 박 대표는 "최근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연 윤 대통령이 심각성을 다 보고받았을 텐데 이런 결정이 나온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정책 지우기로 비칠 수 있다"라는 지적을 내놨다.
야당은 후폭풍을 잠재우려는 급조된 합의라며 공세를 펼쳤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전임 시도지사의 공약이기 때문에, 지역민의 눈을 가리기 위한 허언을 남발하고 있다"라며 "민주당이 국가균형발전과 부울경 부흥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부울경메가시티를 좌초시키려는 몽니"라고 이번 사태를 규정했다.